오피니언일반

[The 초점]850년 전통 ‘생선회 문화' 천년 먹거리로 계승하자

이채성 도수산자원연구원 자문위원

고려시대부터 시 읊어

일본보다 오래된 문화

소비 트렌드 발전시켜

동해안 활성화 이끌길

동해안 항구 주변에는 횟집들이 즐비해 있다. 우리 국민은 생선회를 가장 많이 먹는다. 생선회는 회식할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음식이다. 또한 ‘고급'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접대용으로도 흔히 선택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생선회(활어회)는 날생선 따위를 잘게 손질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채소를 곁들여 겨자나 고추냉이를 푼 초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요리를 지칭한다. 횟감용으로 흰살생선은 넙치·가자미 등을 많이 썼으며, 붉은살생선은 방어·참치 등이 널리 쓰인다. 대다수의 횟집은 수족관을 마련해 놓고 주문을 받으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바로 잡아 회를 떠내므로 신선도가 높다. 생선회는 사후경직이 막 시작된 상태에서 회를 떠내므로 육질이 단단한 편이다. 우리 국민은 이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은 생선회를 언제부터 먹었을까? 고려시대 때부터 여러 문인이 회에 대한 감상을 읊어 왔다. 고려 중기 이규보(1168~1241년)의 ‘동국이상국집'에는 생선회를 주제로 이런 시를 남겼다. “붉은 생선회를 안주 삼아/ 반병 술 기울이니 벌써 취한다”라고 했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은 “물고기 잡아 눈발처럼 잘게 회를 쳤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생선회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17세기 초 조선후기 실학자 홍만선이 지은 백과사전인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보면 생선회에 대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껍질을 벗기고 살을 얇게 썰어 얇은 천으로 물기를 닦아낸 다음 생강이나 파를 생선회 접시 위에 올려 곁들여 먹고 양념으로 겨자를 쓴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얼음 위에 올려 먹는다”고 하여 생선회 문화가 오늘날과 다름없을 정도로 발달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 국민들이 생선회를 먹기 시작한 것은 최소 850년이 된다.

일본에서는 무로마치시대(1338~1573년)인 교토의 한 신관의 일기 속에 생선회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며, 이 일기가 일본에서는 가장 오래된 문헌이라 주장하고 있다. 1399년 발행된 ‘영록가기'라는 요리책에는 잉어를 회로 뜨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일반 서민에게 생선회(사시미)가 퍼진 것은 에도시대이며, 전문으로 취급하는 ‘사시미 가게'가 나올 만큼 유행했다. 이로써 일본의 본격적인 회 역사는 대략 650여년 정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회문화를 보면 공자가 쓴 ‘논어 향당편(鄕黨編)'에 ‘사불염정 회불염세(食不厭精膾不厭細)'라 했다. 풀이하면 “밥은 정제한 쌀로 지은 것을 싫어하지 않았고, 회는 가늘게 썬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이다. 2,500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회를 먹기 시작했고, 그때 이미 회를 맛깔스럽게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중국은 회를 먹었으며, 11세기 송나라시대에도 회를 먹었다는 기록은 매요신(1002~1060년)이 회를 차려놓고 손님을 대접한다는 시가 남아 있어 이를 증명한다. 그 후 대역병(大疫病)이 유행해 많은 사람이 죽자 그 원인이 생선회에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 후로 날것을 먹지 않고 불을 사용하는 화력요리(火力料理)가 등장했다.

이렇게 생선회 문화로 볼 때 가장 먼저 먹기 시작한 나라는 중국이지만 지금은 생선회로 먹지 않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가장 오래된 역사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수산물의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생선회의 맛을 잘 살려 오감 만족을 주는 등 소비 트렌드에 맞춰 나가야 한다. 또한 앞으로 천년을 향해 우리의 생선회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계승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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