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병의 5% 약이 고치고 95%는 내 몸이 고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사후약방문(死後藥房文)'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야 약을 구한다는 뜻으로, 일이 다 틀어진 후에야 뒤늦게 대책을 세움을 비긴 말이다. 비슷한 말에 '상여 뒤에 약방문', '성복 뒤에 약방문', '죽은 다음에 청심환' 따위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망우보뢰·亡牛補牢)”도 비슷한 속담이리라. 한방에서 약을 짓기 위해 필요한 약의 이름과 분량을 적은 종이를 약방문(藥方文) 또는 화제(和劑)라 하는데, 요새 병원약국에서는 처방전, 약전(藥箋)이라 한다.

미리 말하지만 약(藥)이란 한약 신약 할 것 없이 위장·간·신장·심장들에 뒤탈을 일으키는 독(毒)이 된다. 그렇다. 누구나 약통이나 약갑 속에 든, 꼬깃꼬깃 접힌 쪽지에, 깨알 글씨로 적힌 갖은 부작용 설명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그래서 51%가 약이 되고 49%는 독이라도 그게 약이다. 하여 부득이 약을 먹어야 한다면 섣불리 남용과 과용은 삼가야 한다. 그러나 약이 해롭다 해 덜어버리고 먹는다면 그 또한 해만 끼치므로 반드시 정량을 챙겨 들어야 약효를 볼 수 있다. 속담에도 “약은 나누어 먹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약은 필요할 때는 제대로 써야한다. 하지만 웬만하면 약을 안 먹고 낫는 것이 으뜸이다. 근본적으로 우리 몸의 백혈구·림프구·항체들이 도맡아 병균을 무찌르는 것으로 약이란 그저 도와주는 도우미일 뿐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병은 자연이 고친다”고 했으며, 또 “병의 5%는 의사가(약이) 고치고 95%는 내 몸이 고친다”는 말이 백번 옳다.

뜬금 없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약의 해독성을 아는 의사·약사집안은 '무의촌(無醫村)'이라 한다. 물론 약은 우리의 건강 지킴이다. 곳곳에 입원한 수많은 사람이 가뜩이나 약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의·약학 덕에 노인들의 수명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늙어가면서 약 의존도가 엄청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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