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좁은 골목·높은 지대에 소방차 접근못해 피해 커져
15년 간 재개발 답보상태…시 “사유재산 관리 어려워”
지난달 31일 새벽 3시5분께 원주 원동 남산지구 주택재개발지역을 덮친 화마로 가족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과 성인 2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골목, 높은 지대로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해당 지역은 15년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그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철거를 앞둔 상태였다. 원주 대표적인 구도심 이른바 '달동네'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에 취약한 달동네=1일 오후 동네는 적막했다. 출입금지를 알라는 노란 폴리스라인과 까맣게 타 뼈대만 남은 건물 기둥, 검게 그을린 벽 등만이 지난달 31일 새벽 다급했던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은 고지대에 주택이 밀집된 탓에 소방차를 진입시킬 수 없어 소방차 호스를 짊어진 채 골목길을 100m가량 올라가 불을 껐다.
주민 장상만(55)씨는 “시커먼 연기와 불길이 뿜어져 나오는 터라 안쪽 방에 아이들이 있다는데 도저히 들어가서 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주민들이 발만 동동 굴렀다”고 안타까워했다.
■재개발 답보상태=도심 내 대표적 낙후지역인 원동 일대에는 남산 재개발, 다박골 재개발, 나래지구 재개발 등 총 3개 지역에서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남산은 2006년에 정비구역지역으로 고시됐고, 나래지구는 2007년에, 다박골은 2012년에 각각 정비구역지역으로 고시됐다. 하지만 사업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다만 최근 남산이 관리계획처분인가를 받고 보상절차를 시작한 상태다.
문제는 재개발 사업이 장기간 답보되면서 인프라 정비·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지역 황폐화가 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유재산으로 관리 어려워=2019년 원주시가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원인동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은 남산 22곳, 나래 84곳, 다박골 25곳이다. 최근 2년간 빈집은 더욱 늘어나고 있지만 사유재산이고 재개발이 추진된다는 이유로 시는 관리 및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재개발이 진행되는 구역으로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도시 빈집 정비사업 대상에서는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는 “재개발이 늦어지면서 빈집에 노숙자와 탈선 청소년이 잇따라 지역이 우범지대가 됐고, 그 속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원주=김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