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생물이야기]이와 이빨의 차이<1154>

치아 관련 속담·관용어 상당

소화기관이면서 발음도 관여

절치부심(切齒腐心)이란 몹시 분해 이를 갈며 속을 썩인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려고 언뜻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본다는 “벼르다”의 활용형인 '벼름'과 비슷한 말이다. 또 섶에 눕고 쓸개를 씹는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으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딤을 이르는 와신상담(臥薪嘗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의 주제는 이(치·齒·tooth)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An eye for an eye, a tooth for a tooth·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함), '이가 자식보다 낫다(이가 자식만큼이나 귀함)', '이도 아니 나서 콩밥/황밤을 씹는다(아직 준비가 안 되고 능력도 없으면서 어려운 일을 하려고 달려듦)', '이 아픈 날 콩밥 한다(곤란한 처지에 있는데 더욱 곤란한 일을 당하게 됨)',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요긴한 것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살아 나갈 수 있음)' 등등 치아에 관한 속담이 수두룩하다. 참고로 '이', '치', '치아(齒牙)'는 사람에 대해 쓰는 말이며, 동물의 이는 보통 낮잡아'이빨'이라 쓰므로 이빨이란 말은 사람에게는 안 쓴다.

흔히 쓰는 이에 관한 관용어도, '이가 갈리다/떨리다(몹시 화가 나거나 분을 참지 못하여 독한 마음이 생김)', '이(금)도 안 들어간다(도무지 반응이 없거나 받아들이지 않음)', '이를 악물다/깨물다/사리물다(힘에 겨운 곤란이나 난관을 헤쳐 나가려고 애써 견디거나 꾹 참음)' 등등 쌔고 쌨다.

이는 음식물을 잘게 자르거나 씹어 으깨는 물리적인 소화기관인 반면에 발음을 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된다. 앞니가 빠지는 날에는 소리가 새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훈민정음에서 'ㅅ, ㅆ, ㅈ, ㅉ, ㅊ'을 묶어 치음(齒音·잇소리)으로 분류했으며, 기본글자인 'ㅅ'은 이의 모양을 본떠서 치음ㅅ상치형(齒音ㅅ象齒形)이라고 했다. 훌륭하신 세종대왕을 조상으로 모신 것은 더없는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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