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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신해철과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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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꾼 가수다. 1988년에 대학가요제에서 21살 대학생이자 그룹 무한궤도의 리더로 참가해 당시 대중의 귀를 때리는 파격적인 전주가 돋보이는 곡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1989년 무한궤도의 첫 앨범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시작으로 1990년 솔로로 데뷔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와 '안녕'을, 이듬해 '재즈카페'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를 잇따라 히트시켰다. 이후에도 해마다 수많은 명곡을 직접 작사·작곡하며 음악에 철학과 메시지를 담았고 팬들은 그의 음반이 나오기를 고대했다. ▼새로운 실험의 팀이라는 뜻으로 '넥스트(N.EX.T·New EXperiment Team)'를 결성하고 로망이었던 그룹음악을 하며 그의 전성기가 열린다. '도시인'에서 숨 막히는 현대인의 애환을, '날아라 병아리'에서 생명의 유한함을 노래했다. 'Money'에서 돈의 노예가 된 현실을 꼬집었다.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와 함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붕괴사고, 동성동본 금혼법, 낙태 현실, 종교적 모순, 강대국의 전쟁 반대까지 사회적 이슈를 노래한 전무후무한 뮤지션이었다. '노댄스' '비트겐슈타인' '라젠카' '모노크롬' 등의 앨범으로 쉼 없는 도전을 이어 갔으며 환경음반 '내일은 늦으리'와 전람회의 1집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탁월한 제작 능력도 보여줬다. ▼상대 헐뜯기, 좌우진영론이 극심해진 요즘이다. 정치인도 꼼짝 못하게 하는 촌철살인의 연예인이 지금도 있었다면 어떤 말을 남겼을지 궁금해진다. 100분토론 출연 때 신해철의 말이 기억난다. “비와 동방신기의 일부 곡이 청소년 유해판정을 받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청소년들이 보기에 모범적이지 않으므로 오히려 국회를 청소년 유해장소로 규정하고 19금으로 정해 뉴스에서 못 보게 해야 한다”고 했다. 27일은 신해철 사망 6주기가 되는 날이다. 청소년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감성을 준 그의 명복을 빈다.

최영재부장·yj5000@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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