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나는 강소농이다]“수입산 100%였던 팝콘 시장 강원도 옥수수로 평정했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3)강세준 수평선F&B·옥시기닷컴 대표

◇강세준(45) 수평선F&B·옥시기닷컴 대표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수입산 옥수수 100%였던 팝콘 시장의 흐름을 국내산으로 돌린 국내산 옥수수 시장의 개척자다. 사진은 강 대표와 수평선F&B·옥시기닷컴의 제품들.

“옥시기 한 박스만 배달해 주소!” 동네 주민에서부터 원거리 배송까지, 수화기 넘어 옥수수를 찾는 손님들이 빗발쳤다. 밭에서 따 낸 풋내가 폴폴 나는 옥수수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고소한 냄새가 지나가던 사람까지 불러 세우는 팝콘에서부터 멸균돼 비닐에 예쁘게 담긴 레토르트 옥수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강세준(45) 수평선F&B·옥시기닷컴 대표 이야기다. 이미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지났지만 한여름 옥수수 수확 시기를 맞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불러 앉히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빗발치는 주문 전화에 멸균 기계까지 손보고는 땀을 닦으며 달려오는 그를 겨우 붙들고 대화를 시작했다.

전역 후 아버지 도와 인터넷 유통망 구축 경험

2015년 팝콘 본격 생산 수확시기 조절 등 도입

신선도 유지 위해 멸균 레토르트 옥수수 개발

대기업과 경쟁서 생존 위해 기계화로 단가 절감

동해 따뜻한 기후 살려 이모작 등 농업기술 시험

옥시기, 팝콘이 되다=강 대표의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온몸의 감각을 사로잡은 것은 고소한 팝콘 냄새였다.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으니 달콤한 첫맛에 이어 구수한 강냉이 향이 코끝을 스쳤다. 오래 그리워했던, 국산 옥수수의 그 맛이었다.

“단가가 맞지 않아 오랫동안 고생했지만 수입 옥수수로는 절대 이 맛을 낼 수 없어요. 소비자들의 건강과 지역 농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산 옥수수가 답이지요.” 강 대표가 자신 있게 말했다. 강 대표의 자신 있는 목소리만큼이나 팝콘은 옥시기닷컴을 대표하는 상품이다. 강 대표는 이미 수입산 옥수수 100%였던 팝콘 시장의 흐름을 국내산으로 돌린 국내산 옥수수 시장의 개척자다. 옥수수나 감자 같은 전통적인 강원도 작물로는 소득 창출도, 작지만 강한 농업도 불가능하다는 농업계의 편견을 부순 것은 덤이었다.

강 대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내산 팝콘 생산·유통에 성공한 배경에는 인터넷 판매 시스템에 대한 탄탄한 이해와 경험이 있었다. 동해에서 해군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던 2000년 무렵부터 경북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도와 인터넷 유통망을 구축해 본 것이 자산이 된 것이다. 당시는 지금처럼 전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던 시대도 아니었고, 모든 유통이 인터넷으로 이뤄지던 시절도 아니었지만 생소한 분야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어 농장 매출에 기여했다. 아버지뿐 아니라 알음알음 강 대표의 수완을 알게 된 마을 농민들이 너도나도 강 대표에게 판매를 맡겼을 정도이니, 그 능력을 짐작할 만하다. 지금의 옥시기닷컴도 강 대표의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과 도전정신이 바탕이 돼 탄생하게 됐다. 특히 국산 옥수수를 팝콘으로 가공하고, 판매하는 기술은 어지간한 학습 능력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강 대표만의 노하우다.

강 대표는 “대학에서도 정보통신 분야를 공부했고, 해군에 복무할 당시에도 전공을 살려 여러 선진 기술을 습득했다”며 “이제는 농업 분야도 기술화와 선진화가 가장 중요해진 시대인 만큼 농업 본연의 가치를 살리면서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기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팝콘 한 알에 숨겨진 이야기=강 대표가 팝콘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그러나 그전부터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경험해 왔기 때문에 팝콘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김 대표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옥수수 가공에 첫발을 내딛을 무렵인 2008년에는 지역 농가들과 밭 단위로 계약을 해 생산 물량을 늘리려고 했지만 그해 옥수수가 여기저기서 무더기로 '홍수 출하'되면서 가공 능력이 한계를 맞았고 결국 생산한 옥수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초보 농민 시절 감자를 생산하다가 심각한 가격 등락 폭과 수익성 부진으로 실패를 맛본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확 시기를 조절하는 방법을 도입해 한 시기에 옥수수가 몰리지 않도록 했고, 7월과 8월 두 달에 걸쳐 물량이 서서히 조절되도록 했다.

그러나 가격 등락을 잡은 강 대표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신선도 문제였다. 초보 농민 시절 이미 옥수수 냉장 가공을 시도했다 품질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오래가면서도 갓 딴 옥수수 맛을 내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 과제였다. 옥수수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호흡 작용이 일어나 단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냉장 보관을 오래 하면 군내가 나고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시장가치가 사라진다. 고민하던 강 대표는 레토르트 식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멸균법을 생각해냈다. 옥수수를 따자마자 껍질을 벗기고 멸균 처리를 해 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법이다. 결과는 대성공. 지금 유명 인터넷 판매 사이트 인기 메뉴 상위권을 차지하는 멸균 레토르트 옥수수는 이렇게 탄생했다.

기술이 만드는 농업의 내일=강 대표의 고민은 단가다. 강 대표의 수완과 국산 옥수수의 건강에 주목한 대형 팝콘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너도나도 국산 팝콘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시장과의 대결뿐 아니라 최근 시작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가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강 대표는 “살아남기 위해 단가를 줄이는 기술경쟁에 들어섰다”며 “기계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면서도 지금 이상의 품질을 유지해야 국산 팝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진단을 내놓았다. 그 말처럼 그의 공장은 기계화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한 각종 장비가 24시간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영동지방에서도 가장 따뜻한 동해의 기후를 살려 이모작을 비롯한 다양한 농업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강 대표는 “처음 옥수수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 지역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작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지역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지역 환경이 원하는 농업을 해야 자연과 공존하며 소득도 창출할 수 있다”는 농업 철학을 풀어놓았다.

강 대표의 꿈 역시 그의 농업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력으로 국산 팝콘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동해지역 나아가 강원도의 농민들과 공존하며 친환경 농업으로 소득을 올리는 일이다. 건강한 강원도 농산물을 통해 지역이 건강해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농업의 기본은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올바른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정신이에요.” 젊은 농업인이 다음에는 어떤 신화를 쓸 것인지,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박서화기자 wiretheasia@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