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먼지 인과관계 밝혀져
그동안 노동자만 진폐증 판정
주민들 소송해도 일부만 배상
강원도 내 시멘트공장 지역 주민들이 기도와 폐 손상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4,026명에 이르는 도내 호흡기질환자 처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내 호흡기질환자의 경우 대부분 광산 노동을 통해 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멘트 먼지 등 환경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환자로 인정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멘트 먼지에 의해 폐 또는 호흡기질환이 발생한 경우에도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매우 어려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보호 정책이 작동할 수 없었다. 더욱이 광산 노동자에 포함되지 않는 주민 집단의 호흡기질환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없어 정확한 환자 수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한국진폐재해재가환자협회는 지금까지 삼척지역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시멘트 노동자가 공장 분진에 의해 진폐증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경우에는 시멘트 먼지에 의한 질환이라도 발병 원인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협회 가입 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여러 차례에 걸친 소송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해당 지역에서는 공장 측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이어져 왔다. 2013년에는 시멘트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삼척지역 주민 60여명이 집단으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소송을 제기, 시멘트 회사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진폐증과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 외에는 배상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사후조치도 부실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질병 진단을 받지 않은 주민들도 호흡기와 폐 등의 손상이 계속 진행되고, 주변 먼지에 의해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었던 것이 그 이유다.
도내 호흡기 만성질환자들 역시 이번 연구 결과 발표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황상덕 한국진폐재해재가환자협회장은 “광산노동자 이외의 호흡기질환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보상과 사회적 관심에서 제외돼 왔다”며 “호흡기 건강과 지역 환경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후속조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서화기자 wiretheasia@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