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대청봉]바이러스와 인류의 전쟁

김광희 평창주재 부국장

천연두·흑사병 비롯해

시대마다 전염병 반복

우리나라도 다름 없어

6개월 지속된 코로나19

전세계 사망자 30만여명

극복위한 노력 계속돼야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라는 말은 1990년대 비디오로 영화를 볼 때마다 접하던 광고 멘트다. 여기서 호환은 호랑이, 마마는 천연두를 칭한다.

천연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바이러스다. 20세기에만 5억명이 이 병으로 죽었다. 천연두는 기원전 1만년부터 인간을 괴롭혀 왔다.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는 천연두의 가장 오래된 증거인 농포성 발진이 발견됐다. 스페인 군인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1532년 11월16일 잉카제국 황제 아타우알파를 포로로 잡았다. 그리고 잉카제국을 정복해 멸망시켰다. 승리의 한 원인은 천연두였다. 당시 잉카제국에는 유럽의 탐험가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가면서 옮겨온 천연두가 대유행하고 있었다. 1,000만명이었던 인구는 130만명으로 줄었다.

중세 봉건 유럽사회를 종식시킨 것은 흑사병이었다. 14세기에 발생한 이 병은 유럽 인구의 30%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몽골군은 1331년경 크림반도에 있던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인 제노바 식민지의 군대가 성에서 농성을 하자 흑사병에 걸렸던 시체를 성안으로 던져버렸다. 그 후 흑사병에 걸린 제노바인이 나폴리에 상륙한 후 4년도 안 돼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다.

20세기에 들어 무서운 바이러스는 1차 세계대전 중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 있다. 스페인 독감은 유럽에 파병된 미군에 의해 전파됐다. 1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냈다. 스페인은 당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페인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이 독감을 다루다 보니 황당하게도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염병 창궐의 사례가 많다. 병자호란은 두 달 남짓한 짧은 전쟁이었지만 조선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그럼에도 청나라 군은 재빨리 군대를 철수한다. 그 이유는 군 내부에 퍼진 천연두 때문이었다. 임진왜란 전 1,200만명이었던 조선의 인구는 현종 때 600만~700만명까지 줄었다. 당시 인구가 크게 준 것은 전염병 창궐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19년 12월12일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의 첫 폐렴 환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연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올 3월 이 질환에 대해 대유행 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했다.

인류는 벌써 6개월이 넘도록 죽음의 문턱에서 싸우고 있다. 지난 16일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62만6,000여명, 총 사망자는 30만9,000여명을 넘어 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는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다. 내가 감염될 경우 가까운 사람에게 큰 고통을, 시간이 지나 확산할 경우 공동체 전체에 피해를 준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코로나19의 집단 감염은 클럽에 가지 않았던 사람들에게까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2, 3차 전파가 본격화되자 또다시 코로나19의 광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직면했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 국민에게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길을 갈 것을 강요하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와 인류의 삶의 질서를 코로나19가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에 대한 극복과 좌절의 시간이었다. 바이러스는 국가의 존망에, 세계사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시작과 전파의 시작점은 인간이었다. 아직도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지만 이 잔인한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될 때까지 인류의 노력과 책무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