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에서 만난 세상]수표가 화재로 소실됐다면

김동호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사법보좌관

2019년 4월4일, 우리는 기억하기조차 싫은 재난을 당했었습니다.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속초시내까지 위협하며 번졌고 그 화마는 엄청난 피해와 수많은 이재민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화마가 사라지고 삶의 터전을 찾은 이재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추억이 어린 가재도구들을 찾아봤지만 야속한 화마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떤 이는 어쩌면 고이 간직하고 있던 소중한 재산인 증권이나 수표가 온데간데없는 황당한 상황에 처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고 사라진 수표나 증권을 찾고자 하는 걱정이 앞설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공시최고제도'를 이용해 피해 회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시최고제도는 위와 같이 증서나 증권이 소실됐거나 분실한 경우 그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당사자가 법원에 신청을 하면 법원에서는 불특정 또는 불분명한 상대방에 대해 권리 또는 청구의 신고를 하도록 공고하고 이러한 공고에 대해 권리의 신고가 없는 경우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음을 제권판결로 선고합니다. 그 대상은 지시채권, 무기명채권, 어음, 수표 등 유가증권의 성질을 가진 대부분의 증권도 있고 부동산 및 선박등기의 말소나 자동차, 광업권, 특허권, 공사채 등 등록의 말소를 위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재난으로 훼손되거나 소실된 수표와 어음에 대한 공시최고 절차를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자기앞수표가 훼손됐거나 소실된 경우에는 해당 금융기관에서 미제시 또는 미지급증명서를, 약속어음이나 당좌(가계)수표의 경우에는 미제시 증명서와 발행인의 발행증명서(발행인 본인은 제외)를 구비합니다. 또 경찰서(파출소 등)에서 수표번호 등이 기재된 분실신고접수증 또는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화재로 소실됐다면 소방서에서 화재증명서를) 발급받습니다. 증서의 사본이 있는 경우 증서의 사본과 발급받은 서류를 첨부하고 증서의 사본이 없는 경우 해당 은행에서 확인한 증서나 수표의 번호와 위에 발급받은 서류를 첨부해 반드시 관할법원에 접수해야 합니다. 이때 법원에 비치된 제권판결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관할법원은 제권판결 대상 증권이 증서인 경우에는 이행지법원이고 자기앞수표는 발행지점 소재지 법원, 어음이나 당좌수표, 가계수표는 지급지 법원입니다. 백지어음은 지급인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서 처리합니다.

법원에서는 신청서가 접수되면 공시최고 신청에 따른 허부결정을 하고 허가 시에는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시최고를 합니다. 신청인은 공시최고 기일(공고일로부터 3월 후로 지정)에 출석해야 하고 권리나 청구의 신고가 없는 경우 제권판결을 하면 그 판결문을 받아 해당 금융기관에 제출해 수표나 어음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화재 등 재난 이외에 분실, 도난의 경우에도 추가로 필요로 하는 절차가 있을 수 있지만 위의 내용에 준해 법원의 공시최고 절차를 이용하면 될 것입니다.

엄청난 재난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절차를 몰라 회복이 가능함에도 쉽게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 법원에서도 화재로 피해를 입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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