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동상 우습게 보다간 절단까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연한 조직 얼어 피 안 돌게 돼

손발가락·귓바퀴에 주로 발생

동물들만 아리고 시린 겨울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먹을 것을 제대로 못 먹어 한창 필 나이에 겨릅대(껍질을 벗긴 삼대)처럼 깡마른 것이, 엄동설한에는 나무 등걸처럼 손발이 트고, 거기에 뾰족뾰족 피가 솟았지. 손등에 때가 눌러 붙어 '까마귀가 형님이라 부르겠다'고 핀잔과 나무람을 받았다. 그래서 소죽솥의 푹 익은 여물로 싹싹 문질렀나 도통 별무소용이었다.

또 안쓰럽게도 동상(凍傷)을 달고 살았으니 벌겋게 부풀어 오른 손·발등이 밤 되면 무척 가려워 많이도 부대끼며 시달렸지만 무슨 연고나 바셀린 따위가 어디 있었나. 남우세스럽지만 성가신 동상을 가라앉힌다며 생콩을 갈아 덕지덕지 바르기 일쑤였는데, '세월은 기억에 달콤한 당의(糖衣)를 입힌다'고, 가렵고 쓰라리던 동상마저 따스하고 아련한 옛 추억이 되었다.

동상(Frostbite)이란 추위에 노출되면서 연한 조직이 얼어 거기에 피가 돌지 못하는 상태로, 귓바퀴·콧잔등·뺨·손발가락 등 몸의 말단부에 주로 생긴다. 동상에 걸렸다 싶으면 서둘러 37~42도의 물에서 1시간쯤 살이 말랑말랑해지면서 약간 붉어질 때까지 녹인 다음 기름한 마른 천으로 정갈하게 감싸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덧나기나 하면 피부이식이나 심지어 손발을 기어코 자르는 수술을 해야 하는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이다. 모든 병은 '발 빠르게' 손보는 것이 최상이다.

어머니는 손이 생명이고, 아버지는 발로 산다. 어머니의 손은 지문이 다 닳아빠지고, 아버지 발에는 못(굳은살)이 켜켜이 박혔지. 애석하게도 아버지께서 요절하신 탓에 발 한 번 씻겨드리지 못해 서럽고 부끄러운 한(恨)으로 남아버렸다.

흔히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고 한다.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 없다. 한사코 봄은 금세 가고 꽃은 쉬 지는 법. 젊은이들이여, 부모님을 모시는 것도 시와 때가 있나니 어버이 살았을 제 섬기기 다할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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