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8월 강릉시 강동면에 위치한 하슬라아트월드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가볼만한 산업 관광지 20선'에 도내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지역 고유의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람과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예술공간이다. 피노키오 마리오네트 공예, 숲 속을 걸으면서 완성하는 지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았다.
하슬라아트월드는 박신정 하슬라아트월드 대표와 최옥영 강릉원주대 교수 부부가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캔버스 삼아 대지예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만든 곳이다. 이 예술가 부부는 강릉 하슬라아트월드에 이어 영월에도 대지예술을 바탕으로 한 '젊은 달 와이파크'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주목받고 있다. 죽었던 공간을 되살리는 예술가부부 최옥영·박신정씨를 지난 21일 만났다.
아름다운 자연 캔버스 삼아 대지예술 영역 개척에 죽을힘 다해
태풍'루사'로 10년 정성 쏟은 첫 예술공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픔 딛고 무아지경에 빠져 하슬라아트월드 개관, 운명이라 생각
가볼만한 산업관광지 20곳 선정…최근 영월에 복합문화공간 조성
섬처럼 떠돌지 않고 지역 발전에도 보탬 되는 게 우리가 갈 길
■하슬라아트월드에 대해 먼저 소개해 달라
박신정 대표(이하 박)=“하슬라아트월드는 총 33만여㎡에 조성된 예술공간으로 야외 정원 곳곳에 우리 부부의 아이디어와 예술작품들이 숨겨져 있다. 2003년 문을 연 뒤 2004년 야외미술관으로 등록했고 2009년 하슬라뮤지엄호텔도 문을 열었다. 2010년 하슬라현대미술관에 이어 2011년 피노키오, 마리오네트 미술·박물관도 오픈해 그 이듬해 미술관 겸 박물관으로 등록했다. 미술관,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현대미술 전시와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시도하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산 위에 작품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며 생각하도록 대지미술 공간을 구현시키고 있다. 우리 부부의 목표는 강릉 여행길에 나선 모든 분에게 예술과 힐링을 동시에 선사하는 것이다.”
■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박=“1993년 남편 최옥영 교수의 고향에 있던 강릉 왕산면 왕성분교가 폐교하게 돼 그곳을 작업장 겸 조각공원으로 만들었다. 왕산개천제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어우러지고 세계 각국의 예술인을 초청, 문화를 통해 지역을 재창조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곳이 협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즈음에 사표를 쓰고 퇴직금을 다 털어 지금의 하슬라아트월드 부지를 샀다. 처음 시작할 때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33만여㎡라는 부지에 예술공원을 만들겠다는 시도가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해 보였을 수도 있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이곳을 만들었다. 그래도 매번 하슬라아트월드 내에 공간을 창조하고 확장해 갈 때 무아지경에 빠진다. 그래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고 매번 올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하슬라아트월드의 모습을 많은 분이 사랑해주는 것 같다.”
■'대지미술'이라는 표현이 낯설다. 그 의미는 무엇이고 또 대지미술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최옥영 교수(이하 최)=“우리 예술의 시작은 조각이었다. 조각의 범위가 더 커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큰 산을 도화지로 보고 산과 대지에 드로잉하듯이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자연과 어우러지게 때론 굵게, 때론 가늘게 드로잉을 하다 보면 또 다른 창조적인 우주가 만들어진다. 결국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져 만드는 공간이 주는 신선함, 그 의미를 통해 관객들이 또 다른 힐링을 얻는 것이다.”
■하슬라아트월드가 가볼 만한 산업관광지 20곳에 선정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최=“하슬라아트월드를 찾아주는 관람객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003년 하슬라아트월드를 오픈할 때가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였을까 싶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우리 부부가 만든 왕산조형 연구소가 쑥대밭이 됐다. 수백점의 작품은 물론 10여년동안 정성을 들였던 우리의 첫 예술공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보상 한 푼 못 받고 그곳을 떠나오면서 큰 아픔을 겪었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 만든 곳이 하슬라아트월드다. 아픔을 딛고 조성한 곳이라 더 애정이 간다.”
■최근 영월에 '젊은 달 와이파크'를 새로 개장해 온·오프라인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곳인가
박=“영월 주천면의 술샘박물관을 재생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젊은 달 'Youngwol Y Park'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열게 됐다. 최 교수의 공간디자인으로 형성된 다양한 현대미술작품이 있는 거대한 미술관이자 대지미술공간이다. 올 6월 오픈했는데 유료 방문객이 3,000명을 넘어섰다. 카페 방문객까지 합하면 1만명은 훌쩍 넘을 듯하다.
최=“대지예술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2만6,400여㎡라는 공간을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하나의 캔버스, 하나의 도화지로 보고 작품을 만들려고 했다.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예술적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나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공간이 특이하고 이색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총 11개관으로 구성된 거대한 대지미술 공간이다. 기존의 술샘박물관의 재료를 재생해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빨간 철 기둥이 촘촘한 대숲처럼 하늘을 떠받치고 있고 직육면체 건물이 떠받치고 있다. 그물망으로 공간을 조성하기도 하고 나무조각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했다. 천장을 뜯어내고 바닥도 파고 어떤 공간은 천장 위로도 통과시켜 하나의 동선으로 흘러가도록 만들었다. 예술로 만드는 큰 개념의 공간 구성을 하면서 곳곳에 설치미술을 통해 하나의 큰 작품을 만든 것이다.”
■그런 구성으로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고 싶었던 것인가
박=“이곳은 영월의 대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가상적 공간이다. 건물들이 모두 이어지면서 거대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는데 이 공간이 영월 주천의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지미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연을 다시 해석하게 하는데 이곳에서 영월을 바라보면 다른 영월이 보일 것이다.”
최=“붉은 파빌리온, 나무로 만든 목성, 붉은 대나무, 바람의 길 등 미술관의 공간을 서로 연결하며 우주를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게 했다. 특히 이곳의 장점은 바람이더라. 그래서 바람의 길을 만들고 공간을 나눠 그 바람을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대지는 물론 숲과 자연, 심지어 바람까지 그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박·최=“우리는 최선을 다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제공하지만 그것에 대해 같이 공감하고 설득되어지지 못하면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만든 곳만 잘되길 바라지 않는다. 이를 통해 지역에 도움이 되고 함께 잘되길 바란다. 예술가의 생각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또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함께하며 상생 발전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우리의 공간이 섬처럼 지역에서 떠도는 것이 아닌 지역분들과 함께 생각하고 지역의 발전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갈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