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허위출장 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지 4개월여가 지났다. 춘천시 내사를 계기로 태백, 양구 등 타 지자체에서도 경찰 내사 혹은 자체 감사가 잇따랐다. 일부 시·군은 출장비 관련 여비 관련 조례를 개정·입법예고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방공무원법과 복무규정을 개정, 출장여비 부당 수령 관행을 뿌리뽑는다는 계획이다.
■정원의 절반 가까이 출장신청=춘천시는 올 5월29일 춘천경찰서의 허위출장 여부 확인을 위한 수사 협조 공문을 받았다. 경찰이 요청한 자료는 지난해 9월3일의 출장 기록. 춘천시·춘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하루동안 출장명령서를 제출했던 공무원은 당시 정원 1,546명의 절반 가까운(42.6%) 총 65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가 부당 수령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정원의 절반 가까운 인원이 매일 출장명령서를 제출한다는 자체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또 공직사회에서도 많은 인원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술렁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사무실을 벗어나 근무할 때 출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무단이탈로 간주되기 때문에 근거를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무상 자가용을 이용하게 되면 별도의 보상체계가 없어 금전적 손해도 크다. 또 읍·면·동과 같이 수시로 민원이 발생할 경우 상황에 맞춰 출장 신청이 어려워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일단 출장 신청을 하는 관행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제는 부정 수령으로 1시간이면 충분한 출장을 4시간 이상으로 신청하거나, 근무지를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출장을 신청해 여비를 지급받는 사례다. 출장 완료 후 근무 내용을 기록하는 복명서 작성도 대다수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시 월액여비제도 폐지·경찰 조사 확대=내사 착수 이후 춘천시는 지난달 중순 월액여비제도를 폐지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월액여비는 상시 외근이 예상되는 읍·면·동 직원들에게 출장시간과 거리 제한 없이 지급하는 출장비다. 실제 출장을 가지 않고도 수령하는 부당이득 의혹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근무지 내 출장의 경우 4시간 이상이면 2만원, 미만인 경우 1만원씩 지급되는 국내여비의 경우 기존 월액여비 상한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출장 신청을 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하지만 춘천시를 내사 중인 춘천경찰서는 9월 초 춘천시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수십명 규모의 출장신청서 등 자료를 기간을 늘려 요청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제점이 발견된 수십명 규모의 공무원에 대해 혐의를 확정하기 위해 추가자료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태백의 경우에는 지난 7월 태백시에 대해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구군은 지난 8월 자체 감사에 나섰다.
■정부 관련규정 개선 착수=허위출장 논란이 확산되자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방공무원법과 복무규정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년 상반기까지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 출장여비 부당수령 시 가산 징수 금액을 현행 2배에서 5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10만원의 출장비를 부당수령한 경우 그 10만원을 환수하고 출장비의 2배인 20만원을 가산금으로 내지만 법 개정 후에는 가산징수 금액이 50만원까지 늘어난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도 개정해 자치단체별 연 1회 이상 근무실태를 반드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대해 감사부서에서 징계요구 등 후속조치를 실시키로 했다. 실태 점검 결과 3회 이상 부당수령이 적발될 경우 반드시 징계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도록 하는 ‘징계의결요구 의무화’ 규정도 생긴다.
지방공무원 복무관리시스템(새올행정시스템)도 개편해 출장비 지급 관리를 철저히 한다. 개편안에는 출장시 시작과 종료 시점을 일일이 복무관리시스템에 입력하고 출장비 지급 또한 관리자의 확인과 결재를 거친 뒤에 이뤄지도록 했다. 관내 출장여비 지급 기준에 ‘2㎞ 미만(실비처리)’도 신설한다.
이무헌·전명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