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과다한 부채로 신변을 비관해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일이 연달아 보도됐다. 법원에서 회생, 파산 업무를 맡고 있는 판사로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회생, 파산을 담당하면서 기록을 통해 필자가 본 빚의 수렁에서 나오는 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일단 빚의 수렁에 빠진 경우(법적으로는 지급불능) 법적인 구제수단은 회생과 파산이 있다. 개인회생(담보채무액 10억원, 일반채무액 5억원 이하, 초과 시 일반회생)은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개인이 소득에서 생계비를 공제한 나머지를 일정기간(원칙적 3년, 예외적 5년까지) 변제하면 면책되는 절차다. 반면, 개인파산은 소득이 없거나 생계유지에 부족한 경우 파산을 선고받고 파산절차에서 현재의 재산을 처분해(법이 정한 임차보증금, 6개월간 생계비 제외)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고 면책되는 절차다.
개인회생의 경우 일정기간 변제해야 하는 대신 살고 있는 집을 파는 등 현재의 생활을 변경하지 않아도 되고(물론 팔았을 때 가치 이상은 변제해야 함), 변제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변제를 완료하면 원칙적으로 면책이 된다. 반면, 개인파산은 파산선고 후 당시 소유한 재산으로만 변제하는 대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4조에 여러 면책불허가 사유를 정하고 있어 면책이 불허가 될 수 있다. 또한 일정한 소득이 있어 개인회생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파산을 신청한 경우 절차의 남용으로 봐 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
만일 지금 부채가 과다해 변제하기 어렵다면 너무 늦지 않게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 법이 정한 사다리를 이용하길 바란다. 적절한 때에 신청했으면 생활을 유지하면서 회생할 수 있는 사람이 채무추심으로 살 곳과 직장을 잃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가 돼서야 비로소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또한 한번 이러한 절차를 통해 면책받았다면 그 후에는 다시 빚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길 바란다. 일정기간(5년, 7년) 동안 다시 위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러한 빚의 수렁에서 나오는 법보다 중요한 것은 빚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 법이다. 사람들이 빚의 수렁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갑작스러운 병환이나 사업 실패, 실직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가 본 기록에서 대부분의 원인은 일명 '생계비 부족'이다. 즉,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사건 없이도 빚의 수렁에 빠진다.
이 경우는 대출을 별다른 상환계획 없이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부는 대출받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갔고, 일부는 외제차나 해외여행의 호사도 없이 그저 밥 먹고 쇼핑하는 데에 써버렸으며, 일부는 특별히 쓴 것도 없이 계속된 돌려막기로 불어난 원리금을 감당하는 데에 써버렸다. 상환계획 없이 받는 대출은 당장의 소득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다 하더라도 원금까지 갚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생활비에 추가된 이자 부담이나 자신의 소득을 넘어선 소비습관은 추가 대출을 필요로 하게 되고, 결국 대출금액이 점점 커져 갚을 수 없는 빚의 수렁에 빠진다.
누군가에게는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여러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가능한 자신의 소득을 초과하지 않게 절약해 소비하고 소득의 일부를 유사시를 대비해 저축하며, 대출을 받아야 할 경우 상환계획을 미리 세워보고 대출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 기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