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철학이나 국정의 운영 방향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방식은 인사권이다. 미국 대통령은 약 3,000개의 자리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내각을 짤 때는 남녀의 성비나 인종의 구성, 종교 등을 고려해 '미국적 대표성'을 확보한다(문소영, 대통령의 인사권, 2015). 한국 대통령도 약 500개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정부에 따라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에 대한 지역 안배를 고려한다.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는지, 논공행상을 따져 자리를 나눠 주는 것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아무리 선한 인사라도 뒷말을 남긴다. 인사의 숙명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선거를 앞두고 “출신과 관계없이 널리 인재를 구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이 나온 대학과 다니던 교회, 고향 인연을 중시해 사람을 쓴다고 해 '고·소·영' 정부라는 별칭이 붙었고, 노무현 정부는 위에서 아래까지 이념만 따져 사람을 쓴다고 해 '코드 인사'라고 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호남 싹쓸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이들은 '자녀의 호화 유학' 논란,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논란 등 말들이 많았다.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렇더라도 장관 인사에 있어 불순한 의도를 숨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고칠 것은 고치고 향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에 진영의 칸막이를 과감히 낮춰 널리 인재를 찾아야 국민의 '인사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