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연말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에 즈음해 형사재판의 특수절차인 약식절차를 소개하고자 한다. 약식절차란 공판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원칙적으로 서면심리만으로 피고인에게 벌금과료를 과하는 간이한 형사절차를 말하며 이러한 약식절차에 의해 재산형을 과하는 재판을 약식명령이라고 한다. 약식절차는 형사재판의 신속을 기하는 동시에 공개재판에 따르는 피고인의 사회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 그 존재 의의가 있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사가 확인수사 후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같으나 공소장 작성 시 약식명령청구의 뜻을 기재하면 약식절차가 개시되는 것이다. 판사가 약식절차로 진행함이 합당하다 판단되면 약식명령서를 검사와 피고인에게 송달한다. 송달받은 후 7일 이내에 정식재판청구를 하지 아니하면 확정되고,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형의 집행은 검찰청 소속 검사의 지휘하에 한다. 판결 확정 후의 거의 모든 것은 검찰청 집행과에서 한다. 벌금 납부, 미납부 시 노역장 유치(보통 1일 10만원으로 환형-판결 주문에 나와 있음) 등은 모두 검찰 소관이 된다.
약식사건은 대개 음주운전 등 벌금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들이다. 특히 교통사고 등 제3자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적발된 주취단속 피고인의 경우 죄의식이 없고 재수없게 걸렸다고 생각하며, 막연한 불만으로 또는 재판 확정을 지연시켜 벌금 납부 기간을 연장하고자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 내용에 다툼이 있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이 아니므로 1회 공판기일에 변론종결되고 피고인은 최후진술을 통해 벌금 감액을 읍소한다.
그러고선 선고기일에 또 나와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법원에 출석하는 번거로움 없이 경제생활을 하도록 약식기소를 하였는데 이를 마다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놓고 이율배반적인 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법원은 규정을 설명해 준다.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해 개시된 재판절차에서는,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선고가 가능하다. 다만, 민사판결문과 달리 형사판결문은 불구속 피고인에게 송달되지 않는다. 민사사건에서는 판결문을 송달받는 날로부터 항소 기간이 기산(2주)되나 형사사건에서는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이 항소 기간이 된다.
그런데 앞으로 이러한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개정돼 주의를 요한다. 약식명령의 형(벌금)보다 중한 종류의 형(징역등)을 선고할 수 없을 뿐 같은 종류의 형인 벌금 내에서는 얼마든지 중한형(증액)을 선고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하면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해 유죄로 인정'될 경우, 종전에는 약식명령과 같거나 가벼운 벌금형만 선고될 수 있었으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벌금형도 선고될 수 있다. 이는 경고성 규정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돼 선고되고 있다. 검사도 약식명령청구 시의 구형량보다 공판절차에서의 구형을 높게 하고 있고 선고는 그보다 더 높게 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검사가 100만원의 의견으로 약식기소한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정식재판 청구한 공판절차에서 200만원이 선고된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