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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가난의 정신'

붓다와 예수는 가난하고 병들고 힘없는 사람들을 껴안아서 위대해졌다. 예수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즉,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천국이 있다'(마태복음 19장)고 했다. 붓다 역시 소유의 욕망을 끊는 곳에 도(道)가 있다고 했다. 붓다 생전에 아사세왕이 켜놓은 1만 개의 큰 등은 하룻밤 만에 다 꺼졌으나 가난한 여인 난타가 밝힌 1개의 등은 더욱 빛났다는 '빈자일등' 이야기는 유명하다. ▼모름지기 종교란 '가난의 정신'이 시작이고 끝이라고 했다. 불교에는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는 격언이 있다. 춥고 배고파야 도를 닦는 마음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광복 후 한국불교를 이끌었던 청담 스님은 제자들에게 “흐르는 개울물도 아껴 쓰라”고 가르쳤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콩나물을 보면 불호령을 내렸다고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교회 안에 영리성이 들어오는 순간 추해진다”며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했다. 2014년 한국에 와서는 순교자 124명에게 복자(福者)의 칭호를 내렸다.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는 오랜 시간 장애인들과 함께했다. 한국은 교황의 방한을 교계(敎界)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다뤘다. 국가원수는 세 번이나 시간을 내 공항·청와대·명동성당에서 그를 만났다. 시복식이란 종교 행사는 수도 한복판에서 열렸다. 교황 방한을 한국이 국가 차원에서 대할 수 있는 건 그의 언행이 특정 종교를 넘어 인류 보편적인 문제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북을 동시에 방문할 수 있다는 말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교황은 세계 가톨릭교회의 영적 지도자이고 국제적 영향력이 크다. 남북 동시 방문으로 한반도 평화의 여정에 큰 울림이 되고 촉진제가 됐으면 좋겠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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