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26·토트넘·춘천출신)이 또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90분 내내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빈 손흥민은 세계적인 선수 아르투로 비달(바르셀로나)를 제친 뒤 ‘넛메그’라는 기술로 칠레 수비진영을 휘저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 팬들은 손흥민을 향해 환호했다.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그리고 최근 국가대표 평가전까지 ‘혹사’논란이 일정도로 손흥민은 그야말로 ‘열일’하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 속 에서도 손흥민을 우직하게 버티게 해주는 힘의 원천에는 그의 아버지 손웅정 SON아카데미 감독이 있다.
손 감독은 최근 강원일보와 단독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 축구의 미래, 유소년 양성, 아들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손 감독의 축구 철학에는 기본기와 선수에 대한 존중, 겸손이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손흥민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소감은 어떠신가요?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 국민, 축구팬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흥민이에게도 그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주변에서 ‘정말 축하한다’ 고 말씀하시면 ‘다 염려해 주신 덕분’이라고 빼놓지 않고 답을 드립니다. 절대 가식이 아닙니다. ”
Q. 평소 손흥민 선수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요?
“제가 흥민이를 낳고 가르쳤다 한들 제 가르침이 흥민이한테 얼마나 갔겠습니까. 흥민이에게 잠재력이 있었고, 또 ‘다 하늘이 주신 기회다’라고 얘기합니다.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테면 일에선 위를 보고 생활에선 아래를 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일에서 위를 보면 메시나 호날두 그 이상 가는 선수가 수도 없이 많아요. 생활에서 밑을 보면 나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감사하면서 겸손하게 살 수 밖에 없어요. 그렇게 살라고 이야기 합니다.”
Q. 최근 혹사 논란이 있었는데 손흥민 선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일반인 분들은 잘 모르시지만 흥민이 전담으로 필요할 때 영국에 왔다 갔다 하시는 마사지사 분들이 있어요. 지금 (흥민이가) 사실 피곤하긴 한데 워낙 축구를 좋아하고 또 본인이 행복해하니까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Q. 팬들은 손흥민 선수 전성기가 오래 지속되길 바라고 있는데 감독님 의견은 어떠세요?
“(흥민이) 결혼 같은 경우도 반드시 은퇴하고 하라고 얘기합니다. 하늘이 주신 기회잖아요. 어렸을 때 잘 나가던 선수들 누가 불러주는 사람 없습니다. 기회를 살려야죠. 제가 선수생활 할 때 부상도 잦았고 실패했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게 긍정적인 것인지를 잘 알고 그런 것들을 흥민이에게 조언합니다. 결혼도 은퇴하고 계획하고 몸 관리를 잘해서 은퇴시기를 1년, 2년이라도 늘려야 한다고 해요.”
Q. 유소년 축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경기를 하다 공을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상황일 때 내 시야에 상대가 쓰러진 모습이 보이면 ‘볼을 밖으로 차내라’ 그렇게 가르칩니다. 축구보다는 사람이 우선이잖아요. 리스펙(Respect)말예요. 상대를 존중할 줄 모르면 아무리 볼을 잘 찬다고 한들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어요.선수로서의 매너,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Q. SON아카데미에 ‘제2의 손흥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나요?
“좋은 상황에 있을 선수들이 지금 이 안에 3~4명 있습니다. 지금 유럽진출 진행이 80% 이상 되어 있는 상탭니다.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한국 축구에 대해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답은 유소년밖에 없어요. 제가 흥민이를 데리고 해봤지만 선수하나 만드는데 14~17년 걸려요. 10년 가지고는 기본기 밖에 못해요. 근력운동 시켜야지, 슈팅훈련 시켜야지, 이거 다하면 14년에서 17년 걸려요. (유소년 선수들) 성적에 노출시키지 말고 기본기부터 15년 동안 시키면 그때 월드컵 16강요? 이렇게 높은 벽 아니에요 그땐 8강까지도 생각해요.”
Q.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목적이 궁금합니다.
“이곳에 오시는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은 어느 정도의 진로를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학교의 교과 과정을 하면서 축구를 하기는 사실 부담이 많이 가요. 그리고 두 마리 토끼를 못 잡잖아요. 아이들을 돕는 차원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하기로 한 겁니다. (해외 진출을 대비해) 영어시간에 영어로 수업하고 그다음에 독서, 외부강사 등 많은 분야의 경험이나 많은 지식을 가진 분들을 초빙해서 강연하고 수업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 없도록 이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가고 있습니다.”
손감독은 현재 고향 춘천에서 유소년 선수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사비 100여억원을 들여 ‘손흥민 체육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향후 이곳에서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대안학교가 설립, 운영될 계획이다. 기본에 충실한 손감독의 축구 철학을 흡수해 제2,제3의 손흥민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리=미디어국 김대호·전윤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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