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가시박과 돼지풀

최덕용 홍천 만민감리교회 목사

아는 사람 중에 포천 이동에 별장과 텃밭이 있었다. 집은 흙으로 지어 아늑하고 좋았다. 텃밭이 한 900㎡ 정도 되는데 거기에 참외, 토마토, 고추 등을 심었다. 지난 한 달간 바쁜 일 때문에 밭을 돌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상추, 오이, 참외, 수박은 거의 다 망가져 있었다. 그런데 밭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오이나 참외순 같은 것이 온 밭을 뒤덮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시박이라는 외래종 식물이었다. 뭔가 대단한 밭이 된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쓸모없는, 무익한 식물이 가시박이다. 별장의 초입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키 큰 식물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는데 생긴 모양이 돼지감자 같았다. 키가 2.5~3m 되는 좀 징그러운 식물이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돼지풀이었다. 돼지풀이 가는 곳에 토종식물은 배겨나지 못한다. 워낙 성장력이 강해 다른 식물이 자라나지 못한다. 가꾸지 못했던 텃밭은 황폐해져 있었다. 그 텃밭에서 주인이 원하던 것은 얻을 수 없었다. 그 텃밭 중 일부는 동네 주민에게 부쳐 먹으라고 주었는데, 잘 가꾼 밭에는 고추와 고구마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가꾼 밭은 아름답고 소담한 열매가 있었으나 방치된 밭은 가시박과 돼지풀이 점령하고 있었다.

한 때 아름답고 비옥한 땅도 돌보지 않으면 이리와 승냥이의 놀이터가 되고 뱀과 전갈의 보금자리가 된다고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다. 밭이란 상징적으로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이 아름답고 비옥한 밭도 있고 잡초가 무성한 밭도 상상할 수 있다. 가꾸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 이 세상의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으면 아름답다. 산이나 밀림은 그 자체로 아름답게 가꿔져 간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돌보지 않고 가꾸지 않으면 어느 사이에 황폐해져 버린다.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영혼으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여 아름다운 영혼이 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영혼이 망가지는 시간, 영혼이 황폐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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