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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도덕적 타락의 뒤끝

한 시대가 가고 새 시대가 오는 전환기를 눈여겨보면 거기에는 인간정신의 쇠퇴가 있었다. 로마 말기는 향락주의에 도덕적 불감증의 시대였다. 당시 로마의 밤은 연회로 흥청댔고 싫도록 먹은 후에는 약을 먹고 토해내고 또 먹는 '발광의 밤'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로마의 멸망은 시내를 흐르는 하수구의 푸른색 탁류에 근원한다고까지 했다. 먹기 위해 약을 마시고 토해냄으로써 산성화된 푸른색의 하수는 그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과 정신적 광기를 그대로 대변했다(이정익, 불감증 시대, 1996). 로마는 그렇게 병들었다. ▼이 시대를 도덕적 발광 시대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음식문화의 창궐, 극에 달한 음란문화의 번창, 무분별한 사치 풍조의 만연, 몸보신에 광기를 발하는 보신 관광단의 추태 등은 무엇을 대변하고 있는가. 정신과 의식의 타락은 시대의 쇠퇴를 말해주는 증거다. 그 타락의 열매는 아주 무서운 현실로 나타난다. 중학생의 출산, 집단성추행 등은 그 열매다. ▼안희정 충남지사 여성 수행비서가 지난 5일 안 지사로부터 수개월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 안 지사는 이날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을 독려했다.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에선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뒤에선 국민을 불편하게 했다. 한 정치인의 행태이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량이 되겠다고 나서는 인사들은 제정신을 차리고 맑은 눈으로 유권자를 보라.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동물적이고 악마적인 광기는 없는지부터 살펴보기를. 그것이 유권자를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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