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올바른 언어에 올곧은 정신 깃든다-567번째 한글날을 맞아

최홍열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알바추노, 돌직구, 빠충, 뻐카충, 갑툭튀, 컴싸, 솔까말.

어느 나라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의 입에 오르 내리는 단어들이다. '알바추노'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갑자기 그만두거나 도망가는 것'이라는 뜻으로 '아르바이트'라는 단어와 드라마 제목인 '추노(推奴)'라는 한자어를 혼합한 신조어로 젊은이들이 일상 언어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단어이다. '돌직구'는 '말이나 행동을 직설적으로 하는 것'으로 야구 용어인 '직구'를 사용하여 만든 단어다. '빠충(배터리 충전기)', '뻐카충(버스카드 충전)',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컴싸(컴퓨터용 사인펜)',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은 글자를 줄여서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오늘은 567번째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의 성덕과 위업을 추모하기 위한 국경일이다. 세계적인 언어학자들로부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찬사가 넘쳐 난다.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는 문맹 퇴치에 공헌한 단체나 사람에게 수여하는 '세종대왕상'을 1989년 제정해 지금까지 매년 시상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사라져 가는 토착어를 지키기 위해 한글을 사용한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우리말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일상화된 젊은 세대는 저급한 신조어를 남발하여 한글 파괴를 날로 가속화시키고 있다. TV방송들도 자막에 잘못된 표기, 비속어까지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한글 오염을 더욱더 심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정부기관 홈페이지도 영어 약자 단어로 도배가 되어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KSPO(국민체육진흥공단), 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KT&G(담배인삼공사) 등은 기관명을 한글 이름 대신 알파벳 이름으로 쓰고 있다.

한국어는 더 이상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다. 한국어는 언어 인구수로도 남북한과 국외 동포 등 8,000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13위권의 대국언어로 자리 잡았으며, 유엔 등 국제기구들도 한국어를 10대 실용언어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에는 현재 약 15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으며, 매년 2만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귀화 신청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보면 중국의 경우 한국어과를 설치한 대학이 2004년 20여곳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는 70곳이 넘는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한국어과가 있는 대학이 640곳에 이르고 있다. 언어도 국력이다. 언어국력을 키우려면 한글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가르치고 보급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적 관심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맞춤법에 어긋나는 단어나 비속어, 은어, 청소년의 욕설 등이 여과 없이 지속적으로 사용된다면 먼 훗날 우리 민족의 혼과 정신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올바른 언어가 올곧은 정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올해 한글날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22년 만에 공휴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우리 역사의 일대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위에만 고여 있던 정보와 지식이 한글의 보급과 더불어 아래로 흐를 수 있게 되었다. 정보와 지식의 대중화는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게 만들었다. 단언컨대, 한글은 우리 민족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그러므로 온 국민이 한글을 마음껏 즐기며 올바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지선 1년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