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 알 2~3천개 1년에 40만개 낳아
수벌은 미수정란에서 발생한 단성생식
벌과 개미는 상당히 가까운 곤충으로 다 같이 '벌목(目)'에 들며, 날개가 얇고 투명하다 하여 막시류라고 부른다. 그런데 같은 물이라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젖이 된다고 했다. 벌이 빨면 꿀이 되는 것이다. 똑같은 '시간이라는 물'을 받아 먹고 살면서도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패한 이도 있으니, 전자는 부지런하였으나 후자는 게으른 탓이다. 실패의 반은 게으름에 있으매 역사에 바쁜 벌은 슬퍼할 틈조차 없다.
벌 하면 흔히 꿀벌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은 여왕벌, 일벌, 수벌로 나뉘어 분업을 하고 질서와 법도를 지키는 계급제도를 철저히 지키킨다. 꿀벌 한 통에 5만~7만 마리가 들어있다니 한 가족치곤 엄청난 식구다. ①여왕벌은 한 집에 한 마리가 있고, 평생 알을 낳아대니(봄철에는 하루에 2,000~3,000개, 1년에 40만개) 말 그대로 '알 낳는 기계'다. 일벌이 될 새끼 중에서 일부러 왕유만 따로 먹인 것이 여왕이 되고 그것은 1~2년을 너끈히 산다. ②일벌은 수정란이 발생한 것으로 유전적으로 여왕과 같으나 못 얻어먹다 보니 산란관이 퇴화하여 침으로 바뀌고 말았다. 우리네 어머니처럼 꿀 모아오고, 집짓고 청소하고, 새끼 건사하면서 지문이 닳아빠지게 일만하다 약 6주의 일생을 마친다. ③수벌은 미수정란이 발생한 것으로 염색체 수가 다른 벌의 반이다. 이런 생식을 단성생식 즉, 처녀생식이라 한다.
필자가 어릴 때 집에 몇 통의 토종벌을 키웠다. 해맑은 늦봄 벌들이 밀월비행을 시작한다. 공중에서 여왕벌을 둘러싸고 수벌끼리 사랑다툼이 한창이다. 여왕은 여러 수벌과 짝짓기 하여 정자를 한껏 받아 저정낭에 넣었다가 필요에 따라 조금씩 꺼내 수정에 쓴다.
이런 여행은 여왕벌도 처음이요, 마지막이듯 수컷들도 그러하며, 수벌은 짝짓기를 하고나서 한생을 마감하고, 냄새 맡은 개미들이 달려와 물고 가버린다. 수벌 중에는 여왕벌 근처에도 못 가보고 죽는 놈도 허다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