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광지 카지노 주변 '콤프깡 전쟁'
상) 검은 조직 자라난다
숙식 등 이용 가능한 적립카드
카지노 고객에게 싸게 사 현금화
3~4명 오너가 사실상 독점
세력들 간 협박까지 일삼아
강원랜드는 2003년부터 고객 서비스와 폐광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카지노 이용실적에 따라 고객의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 내부 매장은 물론 폐광지역 4개 시·군의 각종 상점(가맹점)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사용액이 늘어나고 2008년 가맹점당 월한도액이 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라가면서 가맹점도 증가해 지난해에는 최고치인 135억여원이 지역에 풀릴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콤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그동안 소규모로 이뤄지던 콤프깡도 점차 조직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세력들은 보다 많은 콤프깡을 하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콤프깡 전쟁'을 벌이고 있다. 폐광지역을 위한 카지노에 기생하며 검은 조직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폐광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풀려야 할 자금 중 한 해 약 20억~30억원은 이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영세한 지역상점들은 이들의 꾐에 넘어가 '깡'이라는 사기 행각에 함께 빠져 들고 있다. 이 같은 실태를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콤프깡=콤프깡은 신용카드깡 처럼 적립액을 콤프 가맹점(현재 폐광지역 4개 시·군 800여곳)에서 사용한 것처럼 속이고 사용자와 중간책 가맹점 등이 7대3, 6대4, 5대5의 비율로 이윤을 남기는 행위다.
일부 카지노 고객으로서는 콤프로 식사와 숙박 등을 하는 대신 이를 일부라도 현금화해 다시 카지노 게임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콤프깡은 계속 번지고 있다.
반대로 콤프 소지 고객이 카지노와 가까운 고한 사북 이외에 태백과 영월 상동 삼척 도계 등의 가맹점까지 가서 식사와 숙박 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영세 상인(가맹점)들은 콤프깡 업자들의 꼬임에 넘어가는 게 현실이다.
또한 강원랜드는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수년간 각종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최근 조직화되고 있는 수법에는 역부족이다.
■월매출 2억원의 조직=카지노 이용 고객과 주변 전당포 등에 따르면 2004년 초창기 콤프가 도입될 때만 해도 고객이 가맹점과 1대1 교환을 하거나 업자를 통해 소규모로 깡을 해왔지만 수년 전부터 조직화된 K씨 등 3~4명의 오너가 5~10명을 거느리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카지노 주변에서 고객들로부터 콤프 카드를 사들이는 모집책과 태백 정선 영월 삼척 등지 가맹점을 다니며 깡을 하는 활동책 등으로 나뉘어 움직이며 하루 수백건에 달하는 깡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랜드 카지노 건물 주변에서 고객에게 접근해 '콤프 계약서'를 쓰게 하고 적립액의 30~40%를 현금으로 준 뒤, 이를 가맹점에서 결제하고 상점에는 허위매출로 30%의 이윤을 준다. 결국 이들은 이 과정에서 30~40%의 이윤을 챙기게 된다.
한 전당포 종사자는 “가장 큰 조직은 월매출이 2억원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며 “가맹점에게는 '조직의 오너가 권력기관 등에 백이 든든해 콤프깡이 걸려도 가맹점 자격이 해지될 일이 없다. 우리와 거래하는 것이 낫다'고 은근히 자랑하면서 세를 과시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3~4곳의 조직은 800여곳의 가맹점 중 정상 거래 이외에 콤프깡을 하려는 상점들을 사실상 독점 관리하며 '영역 싸움'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종류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콤프 금액이 최대 5만원으로 한정되다 보니,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면 그만큼 조직으로서는 유통률을 높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 100곳에 가까운 고한 사북의 전당포들이 고객들로부터 저당 잡힌 콤프를 활용하려 해도 이들이 이미 가맹점을 선점해 이들을 통하거나 이들의 눈밖에 나면 카드는 '깡통'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콤프깡의 조직화 속에 올해 중순 한 제보자에 의해 콤프깡에 쓰인 6장의 카드가 강원랜드에 신고됐는데 확인 결과 54곳의 가맹점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고 가맹점 자격이 취소됐다. 이후 또 다른 한 제보자는 무려 1,296장의 카드가 콤프깡에 사용됐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깡 규모를 짐작게 한다.
이들 콤프깡에 가담한 세력들은 서로 간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협박'까지 일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콤프깡 방지를 위해 인터넷 상거래처럼 카드 사용 시 본인 확인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거대 카드깡 조직이 움직이며 가맹점과 고객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 경찰에 수사 의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콤프'란?
강원랜드가 카지노 게임 실적에 따라 고객들에게 주는 무료 식음료권으로 콤프가 적립되는 하이원리조트 카드는 골프, 스키 등 강원랜드 부대시설을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인접지역 내 800여 가맹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류재일기자cool@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