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간 구멍 통해 위 속 관찰
모험심 서양과학 발달케 해
어느 것치고 그렇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음식의 소화(消化)를 이해하는데도 긴 세월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1822년의 일이다. 프랑스계 캐나다 사람인 마틴(Alexis St. Martin)이라는 탐험가가 있었다.
그는 위(胃, stomach)의 기능, 작용들에 관해서 많은 것을 알려지게 한 사람이다. 그는 우연찮게(잘못하여) 그만 자기 배에다 총을 쏘고 말았다. 오발을 한 것이다. 큰 상처는 나았으나 작은 구멍(hole) 하나가 배에 남아있었으니, 위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육군병원 외과 의사인 뷰몬트(William Beaumont)는 8년간이나 그 사람의 상처를 통해 위의 소화 기능, 작용 등을 관찰하였고, 스트레스에 위벽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등도 연구, 관찰을 했다고 한다.
사람이 실험동물로 쓰였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렇지 않은가?!
상처부위를 열어 보여주는 사람이나, 그 구멍을 들여다보면서 실험을 하는 자나 다 괴팍하다. 우리 같았으면? 이런 모험심 같은 것이 서양 과학을 발달케 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학자들 중에서도 기생충 연구하느라 직접 충란(蟲卵)을 먹은 사람도 있고, 자기 몸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의사들도 흔히 있다.
뿐더러 개 등 다른 동물의 위를 일부러 구멍을 내놓고, 고기 덩이를 실에 매어 집어 넣고 빼고 하면서 그것이 녹는(소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든지, 개를 화나게 하고 나서 위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은 약과요 다반사다. 연구를 위해 희생된 동물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제는 헬리코박터를 발견하는 과정 이야기다. 마셜(Barry J. Marshall)은 스승인 워렌(J. Robin Warren)과 공동으로 몇 년 전에 의학노벨상을 받기에 이른다. 이 중에 한 사람이 우리나라 요구르트 선전에 나왔다. 1984년에 위장의 기능을 밝히는데 새로운 장을 연 대사건(?)이 있었다. 엄청난 만용이라 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박테리아 그득한 구정물 한 컵을 제자 마셜이 들이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