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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초점]필수 의료의 최전선을 지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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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열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서정열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두 번의 보건의료 위기 속에서 증명한 응급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보건의료계는 잔인할 만큼 거센 폭풍우 속을 지나왔다. 전 세계를 집어삼켰던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현장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의정갈등 상황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시스템이 흔들리고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전국적으로도 응급실이 축소 운영되거나 환자의 수용이 거부되는 안타까운 뉴스가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많은 이들이 필수 의료의 붕괴를 경고하며 불안해할 때, 현장의 의료진이 짊어져야 했던 사명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많은 이들이 응급실과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차이를 묻곤 한다. 일반 응급실이 1차적인 응급처치와 진료를 담당한다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국가 지정 ‘최종 치료 기관‘이다. 중증외상,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 골든타임이 생명을 가르는 중증질환 환자가 발생했을 때, 24시간 언제든 응급수술과 중환자실 입원이 가능하도록 장비와 시설, 전문 인력을 상시 대기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즉, “더 이상 다른 지역으로 전원(이송)하지 않고 우리 권역 내에서 치료를 끝낸다“는 국가적 책무의 표현이다.

특히 지형이 넓고 인구 고령화율이 높은 강원도는 의료 인프라의 공백이 곧바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취약 지역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권역 내에서도 심각한 의료 인력난을 이기지 못해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는 병원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역 의료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거점 기관마저 도미노처럼 흔들리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지역민들이 느꼈을 불안감과 무력감은 감히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처럼 거대한 파도가 덮쳐올 때, 본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가슴에 새긴 원칙은 단 하나였다. “모두가 셔터를 내릴지라도 우리 응급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 감염병 팬데믹 시기부터 최근의 의료계 갈등 상황에 이르기까지, 단 한시도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거나 폐쇄하지 않고 365일 24시간 현장을 사수해 왔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전력으로 지켜낸 가치는 바로 ‘119 이송 환자 전원 수용’의 원칙이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재이송 사태가 사회적 병폐로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도, 본원은 119 구급대 전광판에 ‘수용 불가’ 메시지를 띄우지 않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인력 공백으로 현장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을 때에도 응급의학과와 배후 진료과 의료진이 밀려드는 중증 환자들을 묵묵히 받아냈다. 타 지역에서조차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강원도까지 흘러 들어온 초응급 생명들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몸으로 부딪히며 검증해 낸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과 숙련된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라고 했다. 의료 현장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지역 주민들이 “내가 언제 어디서 쓰러지더라도 365일 24시간 나를 살려줄 완벽한 시스템이 곁에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굳건한 신뢰의 거점이 존재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자리를 지켜낸 본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단순한 병원의 한 부서를 넘어 강원도민의 생명권을 담보하는 대체 불가능한 공공 자산이다.

안전망은 평온할 때가 아니라 폭풍우가 몰아칠 때 그 진가를 드러내는 법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 어떤 보건의료 위기가 찾아올지라도 지난 세월 동안 증명해 온 전문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불이 꺼지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는 국가와 지역 사회가 부여한 책무를 다하며 단 하나의 생명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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