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내 몫''을 찾는 소리로 요란하다. 개인의 권리와 보상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공동체 의식은 모래성처럼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이때 들려온 훈풍 같은 소식은 메마른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홍천 출신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이 모교인 강원사대부고에 30년 가까이 이어온 장학금 릴레이가 마침내 누적 1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기부의 총액이 1억원을 넘었다는 사실 자체도 경이롭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와 ‘진정성''이다. 그는 강원사대부고를 졸업하고 강원학사에 머물며 학업을 이어갔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향의 수재이자 평범한 청년이었다. 199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맨''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가 쥔 첫 월급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그는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10년이 되고, 20년이 되며, 마침내 3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변함없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나눔은 철저히 낮고 묵묵했다. 글로벌 기업의 고위 임원이 된 후 장학금의 규모를 수천만원으로 늘리고, 올 3월에는 근속 30주년 기념으로 받은 귀한 순금 메달까지 선뜻 내놓았으면서도 정작 자신을 드러내는 자리에는 손사래를 쳤다. 총동문회가 마련하려 한 감사의 자리마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극구 사양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찰적 격언을 온몸으로 실천한 셈이다. ▼그의 고향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고향사랑기부제 최고 한도액 기부는 물론, 어린 시절을 보낸 홍천 내촌면과 배움의 둥지가 되어준 강원학사까지 그가 베푼 온정의 총액은 이미 6억원을 훌쩍 넘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이런 것이다. 척박한 대지를 적시는 단비처럼, 지 부사장이 보여준 고귀한 공동체 정신이 우리 사회 전체로 들불처럼 번져나가기를 소망한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