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700명 가량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꾸준히 반복된 재난 속, 숲은 대부분 복원됐지만 주민들은 공동체 붕괴와 생계 단절, 보상 사각지대에 놓인 채 방치됐다. 산불 복구 정책이 ‘산림·시설 중심’에 머무는 사이 피해자들의 삶은 여전히 재난 이후 멈춰 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전히 불이 나는 꿈을 꾼다”…PTSD 고위험군 59%=2023년 4월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할 당시 펜션 세입자로 생활하던 이기동(38)씨는 아직도 그날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불길이 마을을 덮친 뒤 옷가지와 가전제품, 영업 기반은 물론 생활공간까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씨는 “산불 이후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옷도 한 번에 다 사려니 너무 아까웠다. 몇 년 동안 하나씩 모은 일상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 이후 생활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며 “지금도 비슷한 옷 몇 벌을 돌려 입는다. 집과 일터를 동시에 잃은 뒤 일상을 다시 꾸리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등이 강릉 산불 피해 주민 111명을 대상으로 재난심리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 주민 이탈·공동체 붕괴=대형 산불 사례별로 규모와 피해 양상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복구 이후에도 주민 이탈과 공동체 붕괴가 이어졌다는 점은 공통적인 현상으로 지목된다.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임시주택과 이주단지가 조성됐지만 일부 피해 마을은 인구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고령화율도 단기간에 20~3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장년층 등이 일자리와 생활 기반을 찾아 외부로 이동하면서 공동체 자체가 붕괴됐다. 2019년 강릉·고성 산불 역시 정부는 이재민 임시주거 지원과 주택 복구를 비교적 신속히 진행했다. 하지만 생계 기반 회복과 장기 주거 정착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실제 일부 피해 주민들은 재건된 지역의 임대료 상승과 일자리 부족 등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도 했다.
■ ‘사람’ 중심 복구 정책 필요=전문가들은 산불 피해 이후 주민 이탈과 공동체 붕괴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복구 정책의 한계’를 지목한다. 산림 복원과 시설 복구는 빠르게 이뤄지지만 주민의 생계와 공동체 회복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산불이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 주민들은 주거와 일자리, 사회적 관계가 동시에 무너지는 복합적 피해를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장동현 ‘사람들에게 평화를’ 심리사회지원교육원 이사는 ““복구는 건물 재건이 아니라 삶의 회복까지 이뤄져야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동수기자 messi@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