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 도입이 답이다

우상현 국민건강보험공단 평창영월지사 팀장

국민건강보험은 예기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로부터 우리 삶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이제는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 이 견고한 제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를 조직적으로 가로채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을 세울 자격이 없는 자가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이들 불법개설 기관의 폐해는 단순히 건보재정을 축내는 경제적 손실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로지 수익 창출에만 매몰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도 위해를 끼친다. 과거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건물 불법 증·개축을 일삼다가 대형화재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했던 사례나,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로 환자에게 영구 장애를 입힌 사례 등은 불법개설기관이 우리 곁에 얼마나 위험하게 도사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이러한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단속에 사활을 걸어왔다. 하지만 범죄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어 기존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다.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은 공단의 ‘수사권 부재’다. 현재 공단은 불법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직접 수사할 권한이 없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마약 등 타 강력범죄에 밀려 불법 개설기관 수사는 장기화되기 일쑤다. 평균 수사 기간만 11개월이 소요되는데 그사이 범죄자들은 증거 인멸과 재산 은닉을 마치고 책임을 회피해 버린다. 지난 2009년부터 2025년 말까지 적발된 금액이 약 2조 9천억 원에 달함에도 실제 징수율이 8.8%에 불과한 이유다.

 이 난제를 풀 열쇠가 바로 공단에 사무장병원(약국)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도입하는 것이다. 불법행위 근절의 성패는 수사의 ’신속성‘에 달려있다.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빅데이터 기반의 분석시스템을 보유한 공단에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수사기간을 3개월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수사기간을 8개월 앞당기는 것은 단순한 행정적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범죄자들의 재산 은닉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일이다. 또한 언제든 신속하게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는 불법개설 기관의 시장진입 자체를 조기에 차단하는 강력한 예방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잉수사 등 공단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공단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의 수사 범위는 오직 불법개설 기관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선량하게 진료하는 일반 의료기관은 수사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법개설기관이 근절됨으로써 의료시장의 질서가 바로잡혀 대다수 의료인이 혜택을 입게 된다. 불법과의 불공정한 경쟁에서 벗어나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건강한 의료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미 금융감독원이나 국립공원공단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특사경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건강보험은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재정 누수를 방치하면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불법의 뿌리를 신속히 뽑아낼 수 있는 공단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 도입은 이제 정책적 선택을 넘어선 시대적 과제다. 이제 이 합리적인 해법 마련에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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