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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산불 대응 인력 고령화, 체계적 개편 미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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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인력 2,403명 20~30대 단 9명 불과
최신식 장비 갖추고 있어도 골든타임 놓쳐
진화대 정예·상설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

강원특별자치도의 산림은 도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소중한 자산이자, 매년 대형 산불의 위협 앞에 놓인 위태로운 요새와도 같다. 기후 위기로 인해 산불이 점차 대형화·연중화되는 추세 속에서, 현장의 최전선을 지키는 산불 감시 및 진화 인력의 구조적 결함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강원도 내 산불 진화 인력의 75.4%가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연령대의 높고 낮음을 넘어, 국가적 재난 대응 체계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통계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전체 인력 2,403명 중 20~30대 젊은 층은 단 9명에 불과한 반면, 70대와 80대 이상의 초고령 인력은 약 900명에 달한다. 산불 진화는 가파른 급경사 지형에서 무거운 진화 장비를 짊어지고 사투를 벌여야 하는 고강도 노동이다. 체력적 한계가 뚜렷한 고령 인력 위주의 구성은 발화 지점의 조기 발견을 늦출 뿐만 아니라, 진화 요원 본인들의 안전사고 위험을 극대화한다. 산불은 초기 대응 10분이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광범위한 산림을 감시해야 하는 인력이 노쇠화돼 기동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최신식 헬기와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장비는 첨단화되고 있는데 이를 운용하고 현장을 누빌 인력 운용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력 구조가 지자체의 예산 부족과 단기 운영 방식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상당수 시·군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연중 운영이 아닌 3~5개월 단위의 단기 채용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숙련된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축적되지 못하고, 해마다 새로운 인력을 뽑아 기초 교육만 반복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낮은 근무 안정성과 열악한 처우는 청년층의 유입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벽이다. 산림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에 걸맞은 대우가 적절하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청년이 생명을 담보로 한 험난한 산불 현장에 발을 들이겠는가. 그동안 우리의 산불 대응 예산은 헬기 도입이나 복구 작업 등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산불은 진압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산불이 난 뒤 수천억원의 복구 비용을 쏟아붓는 것보다, 평상시 감시 인력을 확충하고 이들을 상시 운영 체계로 전환해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형적 특성상 산불에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이제는 관행적인 단기 고용에서 벗어나 ‘산불 전문 예방 진화대''의 정예화와 상설화를 고민해야 한다. 인력 운영 기간을 연장해 직업적 안정성을 부여하고, 젊은 층의 참여를 이끌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 재정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을 통해 산림 보호 인력을 공공 일자리의 핵심 영역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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