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었던 대지에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죽었던 나무에 꽃이 피고 보들보들한 초록 잎이 산하에 신록의 파도를 일으키는 절기이다. 봄이 이렇게 반가운 것은, 지난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뚫고 일어서는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계절의 절묘한 비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농촌이다. 봄엔 죽었던 대지에 약동하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엔 새벽이슬 머금은 윤슬 속에 하루가 다르게 농작물이 크고 자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가을엔 수확하는 기쁨이 자리하고, 겨울엔 백설에 뒤덮인 산하가 모든 것을 잊게 하는 성찰의 시간을 건네준다.
분명, 자연은 농촌에 희망을 주고 있지만,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희망보다는 많은 시련을 감내하는 곳 또는 이겨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필자도 농촌에서 30년 이상을 뒹굴고 잔뼈가 굵어 이립(而立)의 경험을 쌓아 오고 있지만 한 마디로 희망의 문을 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인구 10명 중 5명 이상은 노인이고, 농가 경영주 평균 연령은 68세이다. 핵심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젊은 농업 경영주 유입과 육성이 강원 농정의 가장 이슈가 아닐까 생각한다.
강원도 농업현실을 살펴보면, 기후위기에 따른 농업생산 환경의 불안정, 지속적인 농촌인구 감소와 인구소멸 내재화, 농촌공동체 붕괴 등으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한층 더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고령농가, 경사밭, 농업소득 보다는 농외소득, 이전소득이 많은 열악한 농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강원도 전체 농가는 약 64,974가구, 136,640명으로 전국 6.8%수준으로 고령농가는 절반에 근접하고 있다. 경지면적은 논보다 밭이 많은 실정이고, 농업소득은 점차 감소세이고, 농외소득(겸업소득)과 이전소득은 증가세를 이루고 있는 구조이다.
하나의 처방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없이 피눈물 먹은 농업인으로서 숙성된 생각을 두서없이 밝혀 본다. 젊은 청년농업인 유치(유입)와 육성이 미래 강원농정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제언 드린다.
우선, 청년농업인은 농업이 가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주위 시각에서 바라보는 농업에 대한 편견과 텃세와 같은 정서적인 문제와 토지, 주거, 일자리라는 물리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유형별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농업인에는 후계농업인과 귀농인, 농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아직 접근하지 못한 예비 귀농인, 귀촌인 등 그 대상이 매우 다양하다. 청년농업인은 농업의 전승뿐 아니라 농촌공동체의 유지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청년농업인에게 주어진 지역 내에서의 다양한 역할 구분을 인식하고 각각의 목적에 맞는 농업인으로서의 여건 마련에 힘써 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청년농업인의 다양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통합된 체계 마련을 위해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만날 수 있는 ‘장(場)’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정신적인 면과 실용적인 면에서 농사를 짓는 데 도움이 되는 ‘멘토’ 중심의 학습회의 개최는 청년농업인의 자발적인 참여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농지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농업 인프라의 측면, 지역사회 안에서의 네트워크와 인맥 관계 등과 관련한 사회적 자본의 문제, 청년농이‘빚을 내서 농업시설물을 지어야 대출되는 방식’등은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청년농업인은 ‘농업인력’의 시각으로 판단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농업인들을 단순 인력이 아닌, 지역의 농촌과 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중심적 구성요소이다. 강원도만의 청년농업인 지원제도와 선구안이 성과를 내어, 농업 후계 인력 문제, 나아가 우리지역이 안고 있는 청년층 일자리 문제에 대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봄을 맞아, 백두대간 영봉에서 피어나는 초록빛 향기가 청년농업인에게 희망의 꿈틀이 되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