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사는 지역의
기초 및 광역 의원을 비롯해 자치단체장을 선출하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감을 선택하는 선거이므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지역민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을 다루는 지역일꾼인 만큼 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크다.
그러나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이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미디어 정치, 정치 과잉 시대를 맞아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는 국운을 건 치열한 대결 양상에서 유권자의 표 가치(Voting Value)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최근 대선과 총선의 투표율은 각각 70%대 후반과 60% 중후반대로 상승하는 추세다.
반면 지방선거 투표율은 1995년 제1회 선거 당시 높은 관심을 보여 68.4%를 기록했으나 한때 40%대까지 하락하다 최근 회복하여 50∼60%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지역 투표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나 지난 8회 선거에서 역대 최저치인 57.8%를 기록했다.
지역 유권자들의 지방선거에 관한 무관심 현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은 이유가 일자리와 주거 등 당면한 현실 문제로 인한 2030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 최대 7표를 행사해야 하는 복잡한 투표 체계, 지방자치에 대한 낮은 효능감 등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우리나라 정치문화에 있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으로 지역 이슈 대신에 정권 심판이니 국정안정이니 하면서 중앙정치의 거대 담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하부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요인들도 작동하고 있다.
먼저 정당 공천 제도 때문이다. 지방선거 후보를 대부분 중앙당 공천에서 좌우한다.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잘 아는 일꾼보다는 중앙당에 충성하는 인물이 후보가 되는 구조적 문제가 투표 의욕을 잃게 만든다. 다음은 지방정부 재정의 상당 부분이 국고보조금과 교부세에 의존하는 구조 때문이다. 돈을 주는 중앙의 눈치를 보아야 하니 정책 자율성이 약화하고 있다. 그다음은 권한이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기준을 중앙에서 통제하고 있다. 형식은 자치를 띠고 있으나 내용은 중앙의 통제를 받는 것이다.
지역민을 위한 지방자치제도인데 지방이 주인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중앙의 통제를 줄이고 지역의 책임과 권한을 늘리기 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려면 지역민들의 엄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종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정치문화의 근본을 바꾸는 소중한 정치 행위로서 투표가 그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역의 정치문화도 개혁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바뀌면 전임 단체장의 추진사업이 변경되거나 폐지되는 현상이 흔하다. 새 단체장은 자신의 공약과 정치적 비전을 반영하기 위해 전임자의 정책을 성과 없는 사업으로 보고 정책의 연속성보다는 차별성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이미 투입된 예산이 낭비되고 장기적 프로젝트의 성과가 줄어들면서 주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자치행정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몫이다.
아무리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더라도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로서 강원특별자치도 호(號)가 선거를 치르고 나면 너무 심하게 요동치게 되니 불안과 불신의 벽이 쌓여 간다. 지방자치에서 단체장이 교체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행정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역대 선거에서 도지사나 시장·군수가 교체돼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막대한 재정 손실로 도민들의 어깨에 고단한 짐을 가중시켜 온 사업들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정치적 야심보다는 단임에 그치더라도 도민의 혈세를 아끼고, 관행처럼 굳어진 중앙정치의 폐단을 끊겠다는 청렴한 지역정치인을 고르고 또 골라서 뽑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