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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동 수출 반토막, 시장 다변화 더 속도를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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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수출 반토막, 시장 다변화 더 속도를 내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라는 유례없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던 중동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무역협회 강원지역본부가 발표한 ‘2026년 3월 강원 수출입동향 보고서’에 나타난 수치는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달 도내 중동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반토막 이상(-53.9%) 쪼그라들었다. 특히 강원 수출의 효자 품목이자 자부심이었던 의료기기와 바이오 제품들이 중동 시장에서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지역 경제계에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그간 공들여 쌓아온 중동 시장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미·중 갈등 속에서 강원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낙점하고 전략적으로 공략해 온 ‘블루오션’이었다. 175개사가 뛰어들어 매년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으나, 이번 전쟁 여파로 UAE 수출액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특히 UAE에서만 330만 달러 실적을 올렸던 의료용 전자기기 수출이 단돈 6,660달러로 줄어들며 99.8% 감소했다는 기록은 단순한 부진을 넘어 수출 경로 자체가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 7개월간 지켜온 도내 수출 품목 1위 자리를 내준 의료기기 산업의 위기는 강원도 주력 산업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확인됐다. 중동 시장의 기록적인 침체에도 3월 강원 전체 수출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1.4% 증가한 3억 1,709만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특정 지역의 위기가 전체 경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완충 지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유럽연합(EU), 중남미, 아세안 등 신흥 시장으로의 발 빠른 대응이 중동발 충격을 상쇄한 것이다. 이는 강원 수출 구조가 과거의 제조에서 벗어나 바이오와 고부가가치 소비재 중심으로 전환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시장을 더욱 정교하게 공략하는 ‘시장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내야할 때다.  동시에 일시적 물류 마비나 대금 결제 문제로 고통받는 도내 중동 수출 기업들에 대한 긴급 금융 지원과 물류비 보조 등 정책적 배려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그 위기가 도약의 발판이 된다.

강원 수출은 이제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다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수출 노선을 다각화하고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도내 기업들과 유관 기관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대외 리스크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강원형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권혁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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