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문단과 독자의 지지를 고루 받아온 철원출신 박서련 작가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연작소설 ‘사랑의 힘’을 출간했다.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됐던 원고를 섬세하게 다듬어 펴낸 이 책은, 동시대적인 문제의식과 뛰어난 문장력을 두루 갖춘 박서련의 필력과 재미가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사랑의 미생물인 ‘로로마’가 공기처럼 당연해진 독특한 세계를 무대로 한다. 로로마는 사람이 사랑에 빠질 때 분비되는 호르몬에 감응하여, 점프력이 훌쩍 좋아지거나 숙취가 완전히 사라지고, 언어능력이 경이롭게 상승하는 등 랜덤한 초능력을 발현시킨다. 이 기발한 설정 덕분에 작가는 “사랑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게 된 세상”을 그려내며 인물들을 다채로운 시련과 시험의 한가운데로 빠뜨린다.
책에 수록된 총 8편의 에피소드는 남녀 간의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성애, 폴리아모리, 모성애, 자기애, 더 나아가 질투와 자기혐오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사랑을 총천연색으로 조명한다. 아들의 입시보다 쓸모없는 초능력을 발현시킨 연애가 못마땅한 엄마의 이야기(사랑은 유행), 무성애자에게 인류 전체를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기묘한 사랑 공동체(Everything is gross but you), 동성 간 혼인신고가 허용된 날 구청으로 달려갔으나 이혼 법정 앞에 서게 된 커플(드라마), 조난 사고 후 미지의 섬에서 언어 능력이 상승하며 원주민의 말을 이해하게 된 짝사랑(우주에서 가장 신분 차이 나는 짝사랑), 옛사랑을 닮은 AI 인격과 데이트를 하는 앱 테스터의 이야기(Love, it’s a bit old-fashioned)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사랑을 잃을 때 우리는 조금씩 부서진다. 부서진 우리에게는 다시 사랑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상처 입으면서도 다시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뭉클한 위로를 건넨다. 문학동네 刊, 400쪽, 1만9,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