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연일 후보 공천에 속도를 내며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정작 그 후보들이 어디서 뛸지를 결정하는 선거구 획정은 안갯속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인구 통계 기준 설정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려 했으나 여야의 정치적 대치로 인해 전체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파행을 겪고 있다. 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까지 선거구를 확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미 ‘죽은 문구’가 된 지 오래며, 이번에도 어김없이 ‘깜깜이 선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우리 선거사에서 선거구 획정 지연은 고질적인 병폐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선거를 고작 42일 앞두고서야 선거구가 정해졌던 전례는 대의민주주의 국가로서 부끄러운 기록이다. 6회 지선(111일 전), 7회 지선(96일 전)과 비교해 봐도 획정 시기는 갈수록 늦어지는 추세다. 문제는 이러한 지연이 단순한 행정적 절차의 지체가 아니라 유권자의 알 권리와 정치 신인의 공정한 기회를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이다.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으면 유권자는 자신이 투표할 후보가 누구인지, 내가 사는 지역의 현안이 어떻게 선거구에 반영될지 알 길이 없다. 후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조직과 인지도가 부족한 정치 신인들에게는 자신이 출마할 구역도 모른 채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가혹한 상황이 강요된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이미 확보한 기반을 바탕으로 이 불투명한 상황을 즐기는 기득권 정치를 지속하게 된다. 현재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의 기준이 될 인구 통계 시점을 두고 고심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시뮬레이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정당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합의는 지지부진하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특정 지역구가 합구되거나 분구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의 상임위 보이콧 등 정국 경색까지 더해지며 정개특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특위 정상화 의지를 밝히고, 송기헌 정개특위 위원장 측이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나, 국민이 체감하는 속도는 거북이걸음이다. 공천 작업에는 불이 붙었는데 정작 선거구 획정은 뒷전인 모습은 정치권이 국민의 선택권보다 당리당략에 따른 ‘자기 식구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국회는 더 이상 ‘법정 기한 위반’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선거구 획정은 선을 긋는 작업이 아닌 주권자의 의사가 오차 없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설계하는 민주주의의 기초 공사다. 여야는 특정 정당에 유리한 방식이 아니라, 인구 등가성을 확보하면서도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정치 신인을 배려해야 한다. 획정이 늦어질수록 기득권은 공고해지고 정치 혁신은 멀어진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최소한의 선거운동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