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원도내 출생아 수가 13년만에 증가했지만 정작 도내에 ‘아이 낳을 병원’은 사라지고 있다. 도내 8개 시·군은 지난 10년간 분만 건수가 단 1건도 없는 ‘분만 공백’ 상태다. 지역 산모들은 다른 도시로 이동해 출산하는 이른바 ‘원정출산’을 감수해야 하고 장거리 이동에 따른 응급 상황 위험도 커지고 있다. 특히 출산·분만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저출산과 인구 감소, 나아가 지역소멸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갑자기 진통 오면 어쩌나”…산모들 불안 속 원정출산=태백에 거주하는 산모 A(30)씨는 지난해 말 출산을 한 달 앞두고 원주로 거처를 옮겼다. 갑작스러운 진통이나 응급상황을 우려해 남편과 상의 끝에 친동생 집에서 한 달간 머물며 원주의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태백에도 산부인과가 있지만 분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A씨는 결국 원주에서 출산을 택했고 건강한 여아를 낳았다. A씨는 “혹시라도 갑자기 진통이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에 출산 전부터 타지역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선에 거주하는 산모 B(39)씨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공공병원에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은 불가능해 임신 중기부터 강릉의 산부인과를 오가며 검진을 받아야 했다. 임신 30주차였던 올해 2월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서 강릉에서 입원한 뒤 다시 지역의 한 종합병원으로 전원되는 과정을 거쳐 이틀 뒤 출산했다.
■8개 시·군 분만건수 ‘0’…출산 인프라 붕괴=강원도 내 분만 인프라는 이미 붕괴 수준이라는 의견이이 제기된다. 도내 18개 시·군 중 홍천, 횡성, 평창, 정선, 화천, 양양, 인제, 고성 등 8곳은 분만 취약지로 지정돼 사실상 지역 내 출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는 춘천·원주·강릉 등 일부 도시에 집중돼 있다. 강원도와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도내 병·의원급 산부인과는 62곳이지만 실제 분만이 가능한 곳은 전체의 37.0%에 불과한 23곳에 그친다. 이 가운데 응급 분만과 고위험 산모 치료까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 수준으로 파악된다. 분만시스템 붕괴에 따라 지역 출생아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강원 출생아수는 2021년 7,357명 2022년 7,278명 2023년 6,688명 2024년 6,592명 2025년 6,783명 등으로 집계됐다.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면서 출산 자체를 기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분만 공백에 지역소멸 가속화=전문가들은 분만 인프라 공백이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니라 지역 존립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대안으로는 출산 인프라 공백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의료 확대, 분만인력 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황종윤 강원대병원 안전한출산인프라사업단장은 “분만 취약지역은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어도 실제 분만이 불가능해 산모들이 장거리 이동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대형병원 인근에 산모 대기 거주시설을 마련하는 등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병갑 강원도 공공의료과장은 “일부지역은 산모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낳기에는 여건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며 “신생아 집중치료시설 확충, 분만 인프라 개선 등을 위해 지역 의료기관 및 유관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