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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향토기업과 함께가는 경제도시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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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영 원주주재 차장

전국 지자체가 기업 유치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외부 기업을 얼마나 끌어왔는지가 경쟁력의 척도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있다. 이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해 온 향토기업을 어떻게 지키고 함께 키워갈 것인가, 향토기업에 대한 관심이다.

지난달 우산동 우산로 일부 구간에 '삼양불닭로'가 생겼다. 원주 첫 명예도로다. 지역 대표기업인 삼양식품의 역사와 성과를 명예도로명으로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명예도로명은 법정주소는 아니지만 지역사회 헌신도와 공익성 등을 따져 법정 도로명과 병기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정한 도로를 말한다. 우산로 1부터 264까지 총 1,963m로 1,963은 삼양식품이 한국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한 1963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명예도로 이름을 기업의 대표제품으로 정하고 기업의 연혁을 도로 길이에 담았다는 것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향토기업의 성장 과정이 곧 원주 경제 생태계의 핵심 축이었음을 알리는 공식적 인정이라 할 수 있다.

향토기업과의 협력 강화에 발맞춰 삼양식품도 원주시와 78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는 등 추가 고용 창출과 생산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신규 공장 확충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는 651명, 생산 유발 효과는 8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향토기업이 지역에서 재투자를 이어갈 때 지역경제에 얼마나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몇 년 전 지역 대표 향토기업 중 하나였던 한일전기가 본사 및 공장을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물류비 부담, 긴 리드타임 등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 이전의 가장 큰 이유였다. 다만 지역에서는 한일전기측이 수차례 향토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자체에 토로했지만 변화가 없었던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시 한일전기 이전은 향토기업의 존재가 생산시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일깨우면서 지역이 향토기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다른 지역 업체와 거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소비와 세수가 확장하는 선순환구조는 지역산업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든다. 경제도시는 단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투자유치 실적을 쌓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의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 향토기업 역시 지역사회 공헌과 고용 안정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 삼양불닭로 명예도로명 부여는 기업 유치 중심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에 이미 자리한 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원주시의 의지로 읽힌다. 삼양불닭로가 보여준 상징적 의미가 일회성에 머무르지 않고 향토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이어질 때 원주의 경제도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지역경제를 지켜온 향토기업의 중요성은 뒤로한 해 신규기업 확장에만 집중한다면 경제도시의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원주시는 지역이 향토기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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