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치칼럼]노인 복지에서 지역 자산으로, 고령화 대응의 전환점

읽어주는 뉴스

박호균(강릉) 강원특별자치도의원

국가데이터처 전망에 따르면 2070년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라는 의미다. 한국 사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국가로 진입하는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특히 강원도는 26%를 넘어서면서 전국 평균 2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전남, 경북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강원도에서는 도민 4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이라는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2038년에는 39%, 2052년에는 47%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까지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이 같은 변화는 많은 이들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복지 지출의 증가, 노동력 감소, 세대 간 갈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동시에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령화 문제는 지역마다 양상이 다르다. 대도시는 의료와 복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인간관계가 느슨해지면서 외로움과 고립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반면 농어촌 지역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지만 일자리와 의료 접근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전국에 동일한 해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는 노인들의 삶의 지혜와 기술이 곧 지역 자산이 될 수 있다. 전통 농법, 토종 작물 재배, 수공예 기술, 지역 먹거리 문화 등은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귀중한 콘텐츠다. 마을 단위로 노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전통 음식 체험, 농산물 가공품 판매,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발전의 활동적 주체로서 노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도시에서는 은퇴 세대의 풍부한 경험을 사회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 경력을 살린 은퇴자가 청소년 멘토, 공공시설 해설사, 지역 안전 도우미 등으로 참여하면 세대 간 이해가 넓어지고, 사회적 연대가 강화된다. 또한 디지털 교육이나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스스로 배우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작은 참여가 도시 공동체의 온기를 되살린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단순히 복지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고령층의 역량을 연결하는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의 해녀 문화 교육, 전북의 귀농 멘토링처럼 지역의 특색을 살려 노인 세대가 지역 발전의 주체로 참여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강원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인식 변화다.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한, 고령화 사회는 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을 지역의 역사와 경험, 자원을 고스란히 품은 세대로 바라본다면 그 속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숨어 있다. 젊은 세대가 떠난 지역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도, 그 뿌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대부분 노인이다. 이들이 지역 재생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지역 활성화의 시작이다.

고령화 사회는 더 이상 피해야 할 미래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체계적으로 노인 인구를 활용하고,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면 ‘지역 소멸’의 위기를 ‘지역 재생’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쌓이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다. 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내일이 달라질 것이다. 인구 감소의 시대, 진정한 활력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