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통합특별법’ 속도전에 강원특별법 묻혀선 안 돼

2024년 9월 발의 이후 17개월째 국회서 표류
강원인 3,000여명 상경, 국회서 항의 집회
정부·국회, 향후 일정에 대한 입장 밝혀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5극 통합특별법을 전격 심사하며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들어선 가운데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은 여전히 심사 일정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법안 처리 순서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지위를 명문화하고 자치권과 특례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지역 발전을 꾀하려는 강원자치도의 숙원 과제가 상대적 소외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은 2024년 9월 발의되어 같은 해 11월 행안위에 상정되었지만 무려 17개월 동안 단 한 차례의 실질 심의도 받지 못했다. 반면 정부와 정치권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통합특별법은 공청회부터 상임위, 본회의 통과까지 단 3주 만에 마무리 짓는 ‘속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내건 ‘선통합·후합의’ 기조나 지방선거 이전 통합 완성이라는 정치 일정상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광역단위의 정치·행정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이며, 이에 따른 대규모 인센티브와 특례는 해당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수준이다. 이런 중대한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강원자치도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는 인식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스스로 행정 역량을 높이고 정부 부처와 협의를 통해 40개의 특례 중 3분의 2를 이미 조율해 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후순위로 밀려난 것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비전에도 어긋나며, 자치분권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이 같은 형평성 결여는 결국 지역 간 불신과 정치적 갈등을 야기할 뿐이다. 강원특별자치도 범국민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9일 국회 앞에서 열린 3,000명 규모의 상경 집회는 이러한 불만이 응집된 결과다. 여야를 막론한 강원권 의원들도 정치권을 향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단발성 항의에 그친다면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은 또다시 ‘유보된 약속’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권 전체의 결단이다. 법안 처리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이번 주 심사에 강원특별법이 꼭 포함되도록 하고 통합특별법과 동시에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정부 역시 강원특별법이 통합특별법보다 먼저 상정됐음에도 논의가 지연된 사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향후 추진 일정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적 필요에 의해 입법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선례가 반복된다면 지역 간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은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다.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은 지역이기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자치와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목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속도’보다 ‘정당성’을 우선해야 한다. 강원자치도의 요구는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약속을 실천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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