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군 태기산은 해발 1,261미터의 상봉(上峯) 정기를 간직한 곳으로 예로부터 지역의 기운을 품은 명산으로 불려 왔다. 특히 태기산 정상은 해맞이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새해 첫날이면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소망을 품고 이곳을 찾는다. 이는 행정이 유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횡성군이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관광자산이다.
오늘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인구 유입 정책과 관광 활성화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태기산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별도의 홍보나 인위적인 시설 조성 없이도 해맞이, 해넘이, 설경, 상고대 등의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곳이다. 이는 태기산이 지닌 자연경관과 상징성이 얼마나 큰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태기산의 가치는 자연경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에는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의 전설이 서려 있다. 풍전등화의 운명 앞에서도 끝까지 항전했던 태기왕의 기개와 한이 서린 역사가 있는 곳이다. 또한 태기산 자락에는 '가장 늦게 건립되어 가장 빨리 폐교된 학교'라는 애달픈 역사를 가진 태기분교터가 남아 있다. 태기분교는 '하늘 아래 첫 학교'로 불리며 당시 강원도 지역 언론을 넘어 서울의 대표적인 신문과 방송에까지 보도됐다. 구름 위 마을에서 꿈을 키웠던 아이들의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향수를 선사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며, 오지 산간 교육의 상징이자 시대의 변화와 지역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어 오늘날까지도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자산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충분히 스토리텔링화하여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여기에 평창군과 횡성군의 경계 지점이라는 공간적 특성까지 더해진다면 태기산은 행정 경계를 넘어 상생과 협력을 상징하는 관광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태기산 관광자원 개발 기본구상 용역이 착수되고 전망대 조성 타당성 용역이 함께 추진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용역 착수에 그치지 않고 더 깊은 애정과 장기적인 안목으로 태기산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와 실행이 뒤따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볼거리 하나를 추가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물고 쉬어가며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며, 체험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이어야 한다.
태기산은 사계절 관광지로 발전할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봄에는 희귀종 야생화와 청정자연이 어우러진 생태관광지로, 여름에는 한낮의 더위를 식히며 쉬어갈 수 있는 힐링 코스로, 가을에는 탁 트인 단풍 전경을 감상하는 명소로, 겨울에는 설경과 상고대, 해맞이와 해넘이가 어우러진 전국적인 겨울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계절 관광 콘텐츠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횡성 태기산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태기산은 이미 많은 것을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구상과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의지이다. 횡성의 자랑인 태기산이 인구소멸 시대를 넘어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계절 관광명소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