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를 행정의 중심에 둔다는 것은 단순히 ‘힐링’이라는 말을 정책에 덧붙이는 일이 아니다. 이는 도시가 무엇을 우선으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며, 시민의 삶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최근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도, 치유가 더 이상 개인의 영역에 머물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삶의 회복을 사회와 행정의 책임으로 확장하려는 흐름이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춘천은 오래전부터 자연과 가까운 도시로 인식돼 왔다. 숲과 호수, 느린 일상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많은 방문객에게 쉼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이미지가 시민의 일상적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관광은 성장해 왔지만, 그 성과가 시민의 삶의 질로 얼마나 환원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방문객 수와 소비 규모 중심의 평가는 관광의 외형만을 보여줄 뿐, 지역의 지속 가능성과 시민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도시를 바라보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지가 아니라, 이 공간에서 얼마나 잘 머물고 회복할 수 있는지가 정책의 기준이 돼야 한다. 치유를 중심에 둔 관점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독일의 바트 뵈리스호펜과 같은 치유도시는 의료·자연·생활환경을 연계한 제도를 통해 시민의 건강과 지역 경제를 함께 살리고 있고, 일본 구마모토현 역시 숲 치유 프로그램을 행정 정책으로 정착시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사례는 치유가 감성적 구호가 아니라, 행정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임을 보여준다.
대규모 이벤트나 단기 소비형 관광에서 벗어나 자연과 시민의 생활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체류형 치유관광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방문객을 위한 정책이자 시민의 일상을 보호하는 선택이다. 동시에 이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제도다.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금, 춘천시 역시 이를 지역 여건에 맞게 담아낼 조례가 필요하다. 조례는 행정의 의지를 구체화하고 예산과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기반이다. 보건과 복지, 관광과 환경, 도시 정책이 분절되지 않고 연결될 수 있도록 행정 구조를 정비하는 일은 시민이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지를 정책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의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의정은 사업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방향이 시민의 삶을 실제로 덜 힘들게 만드는지 점검하는 역할에 가깝다. 치유를 내세운 정책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누구에게나 닿는 회복의 기회가 되는지를 살피는 책임이 따른다. 행정의 속도보다 시민의 회복 속도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도시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지는 지금 결정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며, 방향을 제도로 굳히는 일이다. 춘천이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네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시민의 일상에서 출발한 이 고민을 정책으로 실현해야 할 때다. 이것이 춘천의 미래를 바라보는 이유이며, 지금 이 선택이 중요한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