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3주년이 완성되는 해이자, 민선 8기 후반부의 결실을 이뤄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강원일보는 새해를 맞아 2일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김진태 지사와 최양희 한림대학교 총장의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최 총장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역임한 컴퓨터공학 출신의 석학이자, 현재 강원특별자치도 범국민추진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AI(인공지능)·과학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강원 행정의 수장'과 'AI 석학'은 형식적인 문답을 넘어, 강원도의 생존 전략과 미래 청사진을 놓고 치열하고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 출범 3주년, 제도 정비를 넘어 ‘성과 비행’ 단계로
△김진태 지사(이하 김): 총장님,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강원도와 대학이 함께 호흡하며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우리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 3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지난 3년은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새 판을 짜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성과가 도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양희 총장(이하 최): 지사님, 그간 정말 쉼 없이 달려오셨습니다. 저도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범국민추진협의회장으로서 강원도의 변화를 지켜봤습니다. 지난 3년이 거대한 엔진을 예열하고 활주로를 닦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동력을 바탕으로 실제 '비행'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특히 올해는 영월~삼척 고속도로 예타 통과나 철도망 확충 등 사통팔달 수도권 강원시대가 열리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이제 강원도의 도약, 그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와 '규제 혁파'가 되어야 합니다.
■ 강원특별법 3차 개정, 기업·인재 유입을 가로막은 ‘4대 규제’ 해소
△김: 맞습니다. 규제 혁파는 강원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현재 강원특별법 3차 개정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는 농지·산림·환경·군사 등 4대 핵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민원을 해결해 달라는 차원이 아닙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이름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동력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장관도 역임하셨고 규제 문제에 밝으신 총장님께서는 이번 개정안의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최: 저는 이번 3차 개정의 본질을 "기업과 인재가 들어올 수 있는 '입구'를 여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규제가 풀려야 투자가 들어오고, 사람이 모입니다. 특히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제학교' 설립 특례입니다. 세계적인 연구자나 기업가들이 강원에 오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자녀 교육과 가족의 정주 여건입니다. 교육의 담장을 허물어야 진짜 인재 유입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R&D(연구개발) 특례까지 작동한다면, 강원도는 규제를 피해 가는 곳이 아니라 대한민국 혁신이 가장 먼저 실현되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입니다.
△김: 정확한 지적입니다. 저 역시 3차 개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의 존속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쟁점이 없는 무쟁점 법안인 만큼, 국회에서도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주리라 믿습니다.
■ 1차 산업 이미지 탈피, ‘AI·반도체·미래차’로 산업지도 재편
△김: 이제 산업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요. 과거 '감자의 고장'이었던 강원도가 이제는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7대 미래산업을 육성하며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는 평소 "강원도의 모든 산업에 AI를 입혀야 한다"고 강조해 오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필요하겠습니까?
△최: 지사님, 전 세계는 지금 'AI 전쟁' 중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강원도는 제조업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과거의 무거운 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AI 기반으로 '퀀텀 점프(대도약)'를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입니다. 최근 한 중앙지에 1900년대 초반 기사 데이터 분석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쌓여있는 데이터를 자원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원도 행정 시스템 자체를 'AI First(AI 우선)'로 전환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김: 저도 공감합니다. 실제로 우리 도는 춘천의 데이터센터 집적단지와 원주의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AI 기술을 융합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주에 들어서는 '미래차 전장부품 시스템 반도체 신뢰성 검증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이름이 20글자나 됩니다(웃음). 처음엔 이름이 너무 길다 싶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자동차가 이제는 움직이는 반도체이자 모바일 기기가 되었더군요. 반도체와 미래차, 그리고 AI가 융합되는 현장이 바로 강원도에 있습니다.
△최: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우려되는 점은 중국의 추격입니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AI 분야에서 방대한 내수 시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만 잘해서는 안 됩니다. 설계부터 서비스까지 전체 생태계를 갖춰야 합니다. 강원도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예를 들어 '서비스 로봇 AI'나 '특수 목적 모빌리티 AI'처럼 특정 분야의 생태계 하나만큼은 완벽하게 구현해서 작지만 강한 거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 기업 유치의 출발점은 인재, 대학·지자체 ‘원팀 전략’
△김: 결국 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도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유치만 바라보지 않고, '한국 반도체 교육원' 같은 인재 양성소를 먼저 만들고 있습니다. 인재가 있으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대학을 이끄는 총장님 보시기에 인력 양성, 어떻게 가야 합니까?
△최: 지사님 말씀대로입니다. 인프라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건물 지어주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게 AI를 다룰 줄 아는 청년입니다. 인프라가 하드웨어라면 사람은 그 하드웨어를 돌리는 운영체제(OS)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자체가 대학 교육의 설계자로 참여하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교육을 혁신하고, 대학은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 지역 기업으로 보내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김: 맞습니다. 저도 도정과 대학은 이제 '원팀(One Team)'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서로 경쟁하는 것을 감독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미래를 그리는 동반자가 되어야죠. 2026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강원RISE에 1,800억 원이 투자되는데, 이것이 지역 소멸을 막고 청년들이 강원에 머물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 AI 복지·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생활 서비스’로 전환
△김: AI와 첨단 기술이 산업에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강원도는 넓고 인구 밀도가 낮아 행정 서비스가 구석구석 닿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 빈틈을 기술로 메워야 합니다. 독거 어르신을 위한 AI 돌봄 로봇이나 드론 배송, 자율주행 대중교통 등이 그 예입니다. 기술이 도민의 피부에 와닿는 복지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있습니다. 저는 강원도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최적지라고 봅니다. 병원이 멀어도 집에서 AI로 혈압과 혈당을 관리받는 '강원형 스마트 헬스케어'는 고령화 시대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규제자유특구를 활용해 원격진료 실증 같은 과감한 시도를 하고, 기술이 차갑지 않고 따뜻하게 도민을 감싸는 '기술 복지'를 구현해야 합니다.
■ 2026 강원 비전, ‘특별자치’가 체감되는 도민의 일상
△김: 오늘 총장님과 대화를 나누며 강원도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더 강해졌습니다. 6개월 뒤면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3주년입니다. 앞으로의 강원은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모든 도민이 "살기 좋아졌다"고 체감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학과 지역이 원팀이 되어 강원의 내일을 활짝 열겠습니다.
△최: 제가 꿈꾸는 강원은 대학과 지역 사회의 담장이 허물어진 '열린 혁신의 강원도'입니다. 대학은 상아탑에 갇히지 않고 지역 산업의 심장이 되어 뛸 것입니다. 저도 한림대도, 도정과 운명공동체로서 강원도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산업 글로벌도시가 되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