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필리버스터 13분 만에 마이크 꺼진 국회…고성·항의로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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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 본회의장은 시작부터 격한 충돌로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한 지 13분 만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끄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여야 간 고성과 항의, 막말이 난무했다.

이날 오후 4시 26분, 나 의원은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별다른 인사없이 발언을 시작했고, 이를 두고 우 의장은 "국회의장에게 인사하는 것은 국민에게 인사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사과 없이 "사법파괴 5대 악법, 입틀막 3대 악법을 철회하라",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의장이 “의제에 맞는 발언을 하라”며 제지했지만, 나 의원은 "입법 독재",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입법 내란세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정부·여당을 정면 비판했다.

결국 우 의장은 오후 4시 39분, 국회법 145조에 따라 회의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나 의원의 마이크 전원을 차단했다. 이어 "저는 의회주의자"라며 "나 의원의 태도는 사회자를 무시하고 의사진행을 방해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상범·강민국·박준태 의원 등은 "국회의장이면 다냐", "마이크를 켜 달라"며 고성을 질렀고, 김은혜·곽규택 의원 등은 우 의장을 '우미애'(우원식+추미애), '제2의 추미애'라고 비난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 실시하라’는 문구가 적힌 유인물을 본회의장에 돌리자, 민주당 김현 의원은 "불법 유인물은 회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오후 4시 57분께 나 의원의 마이크 전원이 다시 들어왔지만, 발언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11분 뒤인 오후 5시 8분, 마이크는 또다시 꺼졌고, 나 의원은 꺼진 마이크에 대고 '생목'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국민의힘 곽규택 원내대변인이 자당 소속 무선 마이크를 가져다줬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개인 방송국이냐", "빠루나 들고 오세요" 등의 거친 항의가 터져 나왔다. 우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다가 "누가 마이크를 갖다줬느냐"며 나 의원을 질책했다.

결국 오후 5시 40분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무선 마이크를 수거했고, 나 의원이 선 발언대의 마이크는 오후 6시 9분, 전원이 꺼진 지 1시간 1분 만에 다시 켜졌다.

우 의장은 무선 마이크 반입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나 의원은 "의장께서 이렇게 진행하시는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맞받았다. 본회의장 곳곳에서 고성이 계속되자, 우 의장은 "이런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나 창피하다"며 오후 6시 19분, 본회의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직후, 국민의힘 곽규택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법률과 규정을 무시한 국회의장의 폭거"라며 "우 의장이야말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 우 의장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은 우 의장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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