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나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꿈을 품어 왔다. 하늘을 날고 싶어 했고, 바다를 건너고 싶어 했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싶어 했다. 이러한 욕망은 엘리베이터와 자동차, 비행기와 같은 혁신을 만들었고, 현대 사회 곳곳에 편리와 속도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언제나 기술을 다스리기 위한 또 다른 도구가 필요했다. 말(馬)의 방향을 잡아주는 고삐처럼, 기술 역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없으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마주하는 AI 기술 중 하나는 자율주행이다. 빠르게 발전하며 일상의 한복판에 스며들고 있지만, 그만큼 사고와 위험도 늘고 있다. 완벽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여전히 돌발 상황이 반복된다. 순간적인 판단 오류나 센서의 오작동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술이 뒤늦게 드러낸 작은 균열은 결국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큰 사고로 이어진다. 자율주행이 꿈꾸는 미래가 아무리 선명하다 해도, 그 길목에서 우리가 체감하는 불안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도 인공지능으로부터 드리워지고 있다. 쳇GPT를 비롯한 거대 언어 모델은 우리가 몇 해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질문에 답하고 글을 쓰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 능력은, 때로는 인간의 능력과 거의 차이가 없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언제든 전문가의 영역까지 손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되었고, 정보의 문턱은 극적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그 쉽고 빠른 접근성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속도를 더욱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시대에, 인간이 어디에서 고유한 자리를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의 확산은 그 고민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누구의 얼굴이든 목소리든 원하는 대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악용의 늪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범죄에 악용된 피해 사례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실존적 위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는 뒤따라 수정되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언제나 몇 걸음 늦다. 기술이 주는 편리와 자유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그림자가 커지는 만큼 우리의 대비 또한 커져야 한다.
지역 사회에서도 이러한 위협은 현실이 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에서는 학생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사건이 발생해 교육청이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경찰은 AI 기반 판별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강원도의회는 학생 대상 AI 윤리교육 의무화 조례를 발의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원주시는 스마트도시 조성, 의료기기 산업 육성 등 디지털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기술 윤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가 기술과 윤리를 균형 있게 포함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언제나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해 왔다. 수렵 사회에서는 맹수에 맞서고, 농경 사회에서는 기후와 자연재해에 함께 대응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속에 숨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확실한 ‘고삐’를 쥐는 일이다.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사회적 합의, 규범, 교육이 그 고삐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