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독일 광산을 갔을 때 전율을 느꼈다. 거대한 수직갱과 설비들을 보면서 ‘산업이 이렇게까지 공간을 바꾸고, 한 시대를 관통할 수 있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다. 한국사회에도 분명히 있었는데 너무 쉽게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얼마 전 독일의 마지막 탄광이 문을 닫는 현장을 기록한 영상을 다시 보았다. 마지막 광부가 갱도 안으로 들어가 마지막 탄을 캐고, 그 석탄을 들고 지상으로 올라온다. 당시 독일 대통령이었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직접 나와 광부들을 맞이했다. 그만큼 석탄산업이 독일 현대사를 지탱해 온 핵심산업이었고, 산업혁명의 상징이었다. 삼척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던 날을 떠올렸다. 영월·정선·태백·삼척 강원 탄전지대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최전선이었고,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에너지의 심장이었는데, 우리는 마지막 폐광의 순간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많이 아쉽다. 탄광지역을 단순히 ‘폐광지역’이라고 부르기보다 ‘석탄 산업 전환 지역’이라고 불러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석탄산업 유산을 바라보는 네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는 보존의 원칙입니다. 일단 남아 있는 것은 최대한 지켜야 한다. 둘째는 학습의 원칙이다. 이 시설이 언제, 누가, 어떤 기술로 만들었는지, 그 당시 기술 수준은 어땠는지, 세계적인 흐름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꼼꼼히 배우고 정리해야 한다.
세 번째는 자원의 원칙이다. 새로운 것을 외부에서 들여오기보다, 그 지역 안에 이미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스토리를 만들자는 원칙이다. 네 번째는 협력의 원칙입니다. 영월에 없는 것은 정선에서 빌려 쓰고, 정선에 없는 것은 태백과 삼척이 채워주고, 서로 자료와 아이디어를 나누며 하나의 네트워크로 움직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