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탄광의 역사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지 해석하는 것이 중요”

탄광유산미래포럼 종합토론

지난 18일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열린 ‘탄광유산미래포럼 光(광)산, 내일을 비추다’에서 석탄 산업유산 보존, 활용 및 공식 유산 등재 방안 모색에 대한 주제로 집중토론 하고 있다. 사진=오윤석기자

김태수 탄광지역활성화센터연구소장.

김태수 탄광지역활성화센터 소장=“강원 석탄산업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왔다. 유형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광부 삶과 기억 등 무형 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기록한다면 충분히 등재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난 6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공식적으로 강원 석탄 산업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선언한 것은 큰 전환점이다. 다만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고 지속적인 실행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석탄 개발과 폐광을 모두 중앙정부가 주도했음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산업유산을 보존하기보다 폐갱도에 물을 채워 매립하는 등 ‘유산을 지우는 정책’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 왔다. 100년 석탄 산업유산 역시 국가 책임 아래 보존·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대체 산업도 충분히 창출할 수 있다”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포럼이 열리는)영월 마차리는 대한민국 모든 광부가 거쳐 간 상징적 공간이자, 중국인·일본인·조선인이 뒤섞여 살았던 ‘국제 탄광촌’이었다. 탄광촌은 단순한 노동 공간이 아니라 복합적인 문화·사회사가 축적된 현장이다.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 이후 북한이 송전을 중단하면서 남한은 학교·공장·병원까지 전력 공급이 끊기는 ‘총체적 마비’ 상황을 겪게 된다. 이때 화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영월 화력발전소였고, 이를 가동하기 위해 영월 광업소와 제천·단양, 태백·도계 탄광의 석탄이 공급됐다. 탄광은 단순한 ‘과거 산업’이 아니라 한국 식민지 수탈 구조와 전후 산업화, 철도·에너지 체계 형성과 직결된 거점이다. ‘근현대사의 핵심 현장’이자 기후·에너지 전환 논의를 위한 출발점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진용선 아리랑아카이브 대표.

진용선 아리랑아카이브 대표=“영월 화력발전소의 터빈 구성은 일본 미쓰비시와 독일 AEG 기술이 동시에 들어온 ‘양면성의 공간’이었다. 남한강 수로의 출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기계를 찾아 독일 터빈과 독일 기술자가 들어왔고, 영월 덕포에는 실제로 ‘독일 사택’이 존재했다. 이러한 사례는 탄광과 발전소가 단지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계 설비가 아니라, 다국적 기술·인력·자본이 교차하는 디아스포라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영월 마차리가 한국 광산 가운데서도 디아스포라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공간이었다. 마차리는 전국 각지와 중국 산둥성 출신 광부들이 뒤섞인 다층적인 이주 공간이었다. 산둥성에서 온 600여명 중 200명이 귀향길 배가 연평도 인근에서 좌초해 숨졌다. 탄광 디아스포라가 남긴 비극과 흔적을 더 깊이 조명할 필요가 있다”

김보람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

김보람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유산은 기존 역사 위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해석하느냐의 문제이다. 탄광의 역사를 충분히 축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위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올릴 것인지에 대한 해석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흩어져 있는 탄광의 기록과 자료를 잘 정리해 ‘통합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가·지자체 차원의 문화유산 지정이 중요하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면 국제사회에 ‘국가가 책임지고 보존 관리 중인 유산’이라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강원 남부 탄광지대가 시·군 행정구역에 따라 갈라져 있지만, 지질학적·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탄전 지대’로 형성돼왔다. 한국의 탄광유산은 개별 유적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행됐지만 이들 유산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산업·사회 네트워크를 이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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