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시간이 또다시 멈추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호수지방정원 도비 전액 삭감, 시립미술관 사전평가 반려,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건립사업 예산 미편성 등 춘천의 핵심 사업들을 잇달아 제동 걸면서 시민들은 깊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지난해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 탈락에 이어, 올해 초 도의 ‘제외 요청’으로 또 한 번 좌초 위기를 겪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춘천은 강원특별자치도의 중심도시이자 도청 소재지다. 그러나 지금의 행정 흐름은 중심 도시 답지 않다.
도청사 이전 논란이 끝나기도 전에 주요 사업들이 잇따라 삭감·반려되는 현실은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지역 간 형평의 균열이다.
특히 구도심은 이미 불균형 발전의 그늘 속에 있다. 신도시 개발이 가속화되며 원도심은 활력을 잃고, 도시는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
도시재생혁신지구 선정이 1년 늦춰진 것도 이러한 불균형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다행히 올해 9월 새 정부 공모에서 최종 선정됐지만, 그 사이 잃은 시간은 곧 시민의 기회였다.
이제 호수지방정원과 미술관, WT본부마저 멈춰 섰다. 호수지방정원은 단순한 녹지사업이 아니다.
국가정원으로 가는 첫 관문이자, 시민의 일상 속 쉼터이자 건강도시로 가는 첫걸음이다.
춘천의 호수와 자연을 중심으로 한 정원도시 조성은 도심 한가운데서도 사계절 꽃과 숲을 누릴 수 있는 생활 속 휴식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는 일이며, 향후 국가정원으로의 승격을 통해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견인하게 될 것이다.
시립미술관은 지역 예술인들의 20년 염원이자, 청년 예술가들이 꿈을 실험하고 시민이 함께 향유할 ‘생활문화의 중심 무대’이다.
아이와 가족이 주말에 찾아 예술을 배우고, 지역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문화가 일상이 되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WT(세계태권도연맹) 본부 건립은 국제스포츠도시로 도약하고 세계 속의 춘천으로 나아갈 기회다.
세계 각국 선수와 관광객이 찾아오는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숙박·관광·음식업 등 지역경제 전반의 파급효과를 낳고, 시민에게는 자부심과 참여의 기회를, 청소년에게는 세계를 향한 무대와 만남의 장을 제공하게 된다.
이런 사업들이 나란히 삭감되거나 반려된 것은 결국 시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기회를 잃고, 지역 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행정은 명분보다 시민의 꿈을 지켜야 한다. 춘천의 주요 현안이 잇따라 중단되는 사이, 다른 시군은 차근차근 성장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도는 “재원 부족”을 말하지만, 예산은 결국 의지의 문제다. 중심 도시의 성장판이 닫히면 도 전체의 균형 발전도 함께 멈춘다.
춘천의 사업은 춘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강원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춘천은 지난 70년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해 왔다.
그 희생의 시간 위에 이제는 응답이 필요하다. 정치적 계산과 갈등의 논리로 시민의 염원을 미뤄서는 안 된다.
춘천의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강원도는 지금이라도 결단해야 한다. 춘천의 시간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