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아이 울음소리 들리는 과학단지”…대만 신주, 반도체 산업이 키운 도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 반도체의 미래를 찾다](5)
세계 반도체 심장으로 불리는 대만 신주과학단지
설계에서 생산까지 모든 공정 이뤄지는 공급망
신주의 향산공업구도 반도체 생태계 든든 뒷받침
"반도체 산업 기초체력 키우는 소규모 기업 지원"
최저 수준 대만 합계출산율 중 신주 출생률 주목

◇신주과학단지 내 TSMC 본사의 모습.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대만 신주과학단지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심장부로 꼽힌다. 1980년 정부가 ‘대만형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며 조성, 대만이 자랑하는 TSMC 본사와 국책연구기관 ITRI(대만공업기술연구원) 등 반도체 연구·생산 시설이 밀집해 있다. 대만 전체 출생률은 지속 감소하고 있지만, 신주시만큼은 학교가 부족할 만큼 높은 출생률을 기록한다.

◇신주과학공원 내 TSMC와 UMC 본사의 모습.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세계 반도체의 심장 '대만 신주과학단지’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남서쪽으로 80㎞가량, 차로 1시간 30분여 달린 끝에 신주과학단지(Hsinchu Science Park)에 도착했다. 13.75㎢ 규모로, 여의도 2배 크기에 이른다. 차로 둘러보니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해 U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교육·편의시설이 눈에 띄었다. 대만은 북부의 신주과학단지를 비롯해 중부, 남부에 과학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신주과학단지 기술박물관의 모습. 이곳에서 대만 반도체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대만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곳을 많이 찾게 되었다.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차에서 내려 신주과학단지에 조성된 기술박물관으로 향했다. 과학단지 명성에 힘입어 관광객들이 몰리다 보니 대만 반도체 역사와 반도체 기업 일부 제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조성해 뒀다. 1층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박물관 관계자에게 물으니, 신주과학단지에만 600여개의 기업이 위치, 종사자만 17만명에 이른단다. 박물관 내 대만 반도체 역사를 기록한 연표를 읽으니 대만의 과거를 짚어볼 수 있었다. 먼저 국책연구기관인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이 미국 RCA로부터 반도체 기술을 이전받은 후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냈고, 그 성과가 신주과학단지 설립으로 이어졌다.

◇신주과학공단 기술박물관의 모습. 이곳에서 대만 반도체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신주과학단지 기술박물관 내 대만 반도체 역사를 기록한 연표.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TSMC와 UMC, 미디어텍 등 기업들이 잇따라 신주에 둥지를 틀었고, 과학단지 내에서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이 이뤄지는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신주시의 칭화대, 양밍자오퉁대가 기업에 인재를 공급하고, 기업과 연구·개발 과제도 함께하고 있다. 과학단지 내에서 일하는 직원·연구원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과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시설들도 마련돼 마치 하나의 작은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신주시 정부 산업개발부는 지역 제조업체들이 산업 고도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향산 공업단지 서비스 센터'를 설립했다. 이 곳은 시와 중앙 정부의 자원을 통합하여 기업에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신주시 정부 산업개발부는 지역 제조업체들이 산업 고도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향산 공업단지 서비스 센터'를 설립했다. 이 곳은 시와 중앙 정부의 자원을 통합하여 기업에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향산공업구 "작은 기업도 반도체 산업의 기초체력"=신주시 과학단지에서 서쪽으로 20여 분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산업지도가 펼쳐져 있다. ‘향산공업구(香山工業區)’는 1970~80년대부터 집집마다 공장이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 제조업 밀집지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 생태계 뒤편을 떠받치는 뿌리산업지대다. 500여 개의 중소업체들이 밀집, 이 중 절반 이상이 반도체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신주시 정부 산업개발부는 지역 제조업체들이 산업 고도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향산 공업단지 서비스 센터'를 설립했다. 이 곳은 시와 중앙 정부의 자원을 통합하여 기업에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정부 보조금과 금융 대출 신청 및 기술 업그레이드 홍보 안내물.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신주시 정부산업개발처는 5년 전 지역 제조업체들이 산업 고도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향산공업구서비스센터'를 신설했다. 전담 직원이 제조업체의 요구를 이해하고 정부와 산업 간 다리가 되기 위해서 공업단지에 직접 상주한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인근 대학 교수·연구진을 연결, 상담부터 공장 자동화, AI(인공지능) 도입 등 디지털화, 실제 기업의 기술과 공장 업그레이드까지 돕고 있다.

공단에 위치한 센터에서 만난 리리화 향산공업구서비스센터 담당은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 하나 있다고 잘 될 수 없다"며 "하청 네트워크가 단단해야 세계 시장에서 버틸 수 있다. 우리는 그 기초체력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산구청 4층에서 바라본 대만 신주시 향산공업단지 전경.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아이 울음소리 들리는 신주시…학교가 모자를 정도=신주과학단지에 힘입어 속초시 규모와 비슷한 104㎢ 면적을 가진 신주시는 국가 경제와 인구 구조를 바꾸는 도시가 됐다. 대만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9명으로 한국(0.78명)과 더불어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신주과학단지 일대만은 1명 이상(1.02명)을 유지하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신주는 14세 이하 아동 인구가 고령층을 앞질렀고, 학교 신·증설이 시급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리리화 담당은 "대만은 주거비용 등 경제적 부담으로 출생률이 낮아 학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신주시만은 출생률이 높아 학교와 병원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교통 체증 등의 문제도 함께 겪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만 신주시=이현정기자

◇향산구청 4층에서 바라본 대만 신주시 향산공업단지 전경. 대만 신주시=신세희기자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