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 중책을 맡았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4일 조의를 표하고 이재명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을 자청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유족들과 북한 주민들께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제가 조문 사절로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상임위원장에 대해 "훤칠한 키에 미남, 조용한 외교관 출신으로 저와는 10여 차례 만났고 김정일·김정은 두 위원장도 김 (전) 상임위원장을 깍듯이 모시던 기억이 새롭다"고 언급했다.
이어 "과거 김대중 대통령(DJ) 서거 때 북한에서 김기남 비서 등 조문 사절단이 오셨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타계했을때 조문 사절로 고 이희호 여사께서 다녀오셨다"며 사절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북한도 (특사를) 받아들이고, 우리 정부에서도 박지원을 특사로 보내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오늘 국회에서 만난 정동영 통일부 장관께도 말씀드렸고, 오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있으니 국정원장께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 의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던 2000년 김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측과 접촉,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
그는 2014년 DJ 서거 5주기 때 북한이 화환을 보내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받기 위해 방북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같은 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3주기 때 방북, 이희호 여사 명의의 조화를 북측에 전달한 바 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4일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지난 3일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부고를 전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일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 전 상임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의 장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결정에 따라 국장으로 치러진다.
국가장의위원회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박태성 내각 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대남 업무를 맡았던 김영철·리선권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주목된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 사망 때는 장의위원회에 포함됐었다.
통신은 김 전 상임위원장이 1928년 일제 강점기 '항일애국자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재직 중 모스크바 유학길에 올랐다가 1952년 귀국해 중앙당학교(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를 거쳐 노동당 국제부에서 본격적으로 당 및 외교 관료로 정치에 입문했다.
20대 때부터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권력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고위 간부라면 누구라도 한 번씩 경험하는 그 흔한 좌천과 '혁명화'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1983년부터 정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현 외무상)을 맡았고, 1998년 김정일 정권 공식 출범 이후 21년간 대외적으로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지켰다.
대외활동을 기피했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사실상 정상외교를 도맡으면서 북한의 대표로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렸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방북한 정상급 인사를 영접하는 등 정상외교의 한 축으로 활약하다가 지난 2019년 91세를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온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방남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면담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