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근·현대 실향민의 삶과 문화가 켜켜이 쌓인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 할 만한 독특한 도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향민 1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물러나면서 이러한 역사와 문화가 젊은 청년 세대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향민의 기억이 담긴 함흥냉면, 가자미식해, 아바이순대, 가리국밥과 같은 추억의 음식, 돈돌날이나 속초사자놀음, 든대질놀이와 같은 지역 문화 자산은 여전히 속초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단절된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단절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속초는 일회성 관광 도시로 머무를 뿐, 청년이 머무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성장하기 어렵다.
현재 속초시도 지역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콤팩트시티 정책을 통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생활·문화·일자리를 도심에 집약하는 방식으로, 청년들이 정주할 기반을 만드는 중요한 시도로 그 시사점이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공간 재편만으로는 청년의 이탈을 막기 어렵다.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를 토대로 한 새로운 일자리와 창업 기회가 제공될 때, 청년들은 비로소 이곳에 머물 이유를 찾게 될 것이며, 그 아우라가 수도권을 비롯한 인구 과밀도시로 전파되어 속초로의 유입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다. 그 핵심 전략이 바로 음식문화도시 조성과 식품가공·로컬푸드 산업과의 연계다.
속초는 로컬리티의 자랑인 풍부한 수산자원과 농산물, 그리고 근현대 전통음식의 뿌리를 지니고 있다. 이를 단순한 먹거리 관광 차원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가공식품, 로컬푸드 브랜드, 건강지향 식품 등으로 발전시킨다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지역 특산물과 문화를 융합한 로컬 컬처 브랜드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계절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인 청년 창업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 그릇이 바로 강원도립대 RISE사업단이 추진 중인 ‘G-아바이랩(G-A·BAY LAB)’이다. ‘아바이마을’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식품 가공 실험과 창업을 시도할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주방을 넘어 연구, 개발, 브랜드화, 유통까지 지원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면, 속초의 음식문화는 새로운 시대적 해석과 청년의 창의성을 통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기쁜 소식은 속초시가 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선정되어 ‘맛으로 엮어가는 도시의 멋’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내용 중 속초 음식문화복합 공간 사업과 협업한다면 한층 더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자신이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문화적 무대다. 속초가 가진 근대문화유산과 실향민의 삶이 청년 세대의 창업과 연결될 때, 단절된 역사와 문화는 다시 이어지고, 속초는 청년의 도시로 거듭난다. 음식문화도시와 콤팩트시티 정책이 G-아바이랩과 결합한다면, 속초는 더 이상 소멸의 위기를 논하는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 교두보를 강원도립대가 속초 도시캠퍼스를 통해 희망 브릿지로 연결할 계획이다.
최근 Z세대의 새로운 트랜드라 할 수 있는 ‘로컬힙’키워드는 지역의 역사, 정체성, 브랜드의 스토리이며 이를 감성적으로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빵지순례, 촌캉스, 팜크닉과 같은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속초만의 역사, 정체성, 스토리를 지원하기 위해 근현대음식문화를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노력과 함께 지자체 지원조례를 통해 한국의 특별한 DMZ문화와 연결한다면 제2의 케데헌(K-팝 데몬 헌터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갯배와 5구 도선장, 그리고 아바이 마을은 그 시대의 ‘힙지’였고, 지금 다시 부활의 꿈을 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