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주민의 눈으로 행사 예산을 바라보다

이순매 고성군의원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라는 말은 군민 여러분 앞에서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막상 정작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드물 것입니다. 이러한 궁금증이 바로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군민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고성군은 봄의 문어축제, 여름의 바다 해변축제, 가을의 수성문화제와 명태축제, 겨울의 해맞이 행사에 이르기까지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축제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행사들은 군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자리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과연 이 행사들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쓰이고 있으며, 그 예산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행사 홍보물은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누가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충실히 담고 있었지만, 정작 그 행사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그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마치 식당에서 음식값을 모르고 주문하는 듯한 미묘한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세금으로 만든 예산이 사용되는데, 정작 그 주인인 군민들은 그 내용을 모른다는 사실은 분명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고민을 하던 작년, 우연히 영등포 정원축제 벤치마킹 현장에서 희망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영등포는 이미 3,000만 원 이상의 행사 예산에 대해 홍보물에 총예산과 재원별 구성을 명시하도록 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포스터나 홍보 책자에 총예산이 얼마인지, 국비나 도비가 각각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군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아, 우리 고성군도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등포의 선진적인 사례를 우리 고성군의 실정에 맞게 발전시켜, 더 투명하고 신뢰받는 군정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저는 '고성군 행사예산 공개에 관한 조례' 제정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이 조례의 핵심은 매우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3,000만 원 이상의 행사를 개최할 때는 반드시 홍보물에 총예산 규모와 함께 국비나 도비가 포함되어 있다면 각각의 금액을 군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명시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성군에서 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축제를 개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중 국비 1억 원, 도비 8,000만 원, 군비 1억2,000만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 정보를 축제 포스터나 군청 홈페이지에 "총예산: 3억 원(국비 1억 원, 도비 8천만 원, 군비 1억 2천만 원)"이라고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산 공개는 세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첫째, 군민들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어 군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입니다. 둘째, 예산 집행 과정이 투명해지면서 불필요한 낭비가 줄어들고 예산 효율성이 증대될 것입니다. 셋째, 군민들이 군정 운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등 행정 참여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초기에는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수 있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고성군이 점점 더 투명하고 신뢰받는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군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군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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