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에 구명조끼 벗어준 뒤 헤엄쳐 나오다 순직한 이재석 해양경찰관, 사고 전 “추가 인력 필요” 요청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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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력조끼 벗어주는 이재석 경사. 사진=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속보=갯벌에 고립된 중국 국적의 70대 노인을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까지 벗어주고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가 사고 전 파출소에 추가 인력 투입을 요청한 사실이 무전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

14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받고 단독으로 현장에 출동했다.

무전 기록에 따르면 그는 오전 2시 16분 처음으로 파출소와 교신하며 “꽃섬에 혼자 있는 요구조자가 상의를 탈의한 채 주저앉아 있어, 직접 가서 이탈시켜야 할 것 같다”고 상황을 보고했다.

첫 무전 26분 후인 오전 2시 42분, 그는 다시 “요구조자를 확인했고, 입수해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수심을 묻는 질문에 “좀 있어 보인다”고 답했고, 추가 인력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물이 차오르고 있어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다”면서도 “일단 제가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출소 담당 팀장은 “서(인천해경서)에 보고하고 (자는 직원) ○○을 깨워 함께 대응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경사가 “일단 요구조자를 만나러 가보겠다”고 하자 추가 조치 없이 그대로 현장 대응이 이뤄졌다.

이 경사는 오전 2시 56분 마지막 무전에서 “요구조자가 발을 다쳐 거동이 어렵다며,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이탈시키겠다”고 말했고, 당시 수심은 허리 높이로 차오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시점까지도 지원 인력은 투입되지 않았다.

이후 약 17분 동안 무전이 끊겼고, 오전 3시 14분이 되어서야 파출소 측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교신 가능하면 아무 때나 연락해봐”라고 무전했다.

다른 영흥파출소 직원들은 오전 3시 9분께 드론업체의 “물이 많이 차 있다”는 지원 요청을 받고서야 현장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 경사는 실종 6시간여 만인 오전 9시 41분께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해양경찰청 훈령인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2인 이상이 탑승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당시 이 경사는 단독으로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영흥파출소에는 당시 총 6명이 근무 중이었지만, 4명은 휴게시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경찰청은 “관련 의혹과 경위에 대해 철저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전날 꾸렸다”며 “향후 2주 동안 활동하는 조사단이 한 점 의혹 없이 명확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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